노치원에 안 가시는 일요일이면
엄마는 우리 가게로 오신다.
엄마를 모시고 오신 아버지는 자유의 몸이 되신다.
그런데 엄마는 아버지가 모시고 온 것을
잊어버리시고는 이내 이런 질문들을 하신다.
니네 아버지 어디 가셨니?
내가 기억이 안 나서 그러는데
나 여기 아버지랑 같이 왔니?
아버지 언제 오시니?
아버지가 나 데리러 온다고 했지?
아버지만 찾으시는 엄마의 질문들은
일요일이면 하루 종일 반복되는 일상이 되었다.
엄마,
엄마는 아버지가 그렇게 좋으셔?
아침에 보셨는데 또 보고 싶어요?
자꾸 아버지만 찾으시네.
헛 나원참,
보고 싶긴 뭐가 보고 싶어.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지.
겸연쩍은 엄마는 이렇게 둘러 대신다.
그때 남편이 나섰다.
어머니, 아버지 곧 오실 거예요.
안 오시면 내가 모셔다 드리면 되지.
뭘 그렇게 걱정을 하셔.
속내를 들키신 엄마는 자존심이 상하셨나 보다.
누굴 바보로 아나.
내가 집에도 혼자 못 갈까 봐.
나를 세계 어디든 갔다놔봐라.
혼자 다 찾아오지.
난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럼 엄마가 미국에 가셨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
그럼 어떻게 찾아오시려고.
엄마는 망설임 없이 말씀하신다.
지나가는 사람들 한테
I want to go to Korea라고 하면 되지.
그럼 일본에서는 어떻게 찾아오셔?
와타시와 초오 센징 데스.
초오센니 이쿠니와 도오시마스카?
그게 무슨 말인데?
나는 조선 사람입니다.
조선에 가려면 어떻게 하나요?
그럼 중국에서 길 잃어버리시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중국말은 못 해.
한자로 대한민국이라고 써서 보여주면 돼.
이렇게 똑똑한 우리 엄마에게 온 몹쓸 치매.
착잡한 내 마음.
내가 어렸을 때 엄마와 아버지께서
일본어로 대화하실 때가 있었다.
그것은 두 분 만의 이야기가 필요하실 때였다.
이것을 기억하며 나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치매환자에게 기억력 자극은 좋은 치료이니까.
엄마 일본말로 ''안녕하세요''가 뭐예요?
머뭇머뭇하시던 엄마는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신다.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
쉬운 건데 기억이 안 나.
그러나 엄마의 재치 발동.
인사말 모를 땐 그냥 끄덕하면 돼.
난 다시 질문을 했다.
엄마 그럼 수원에는 어떻게 가나요? 는
일본어로 뭐라 말해요?
잠시 생각하시는 듯하더니
바로 기억이 안 나시는가 보다.
엄마의 기발한 필살기.
단호하게 내뱉으신 말씀.
"너 쓸데없는 테스트 하지 마라.”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면
그리워지는 일들이 참 많을 것이다.
엄마의 이런 말들도
다 추억이 되어 떠오를 것이다.
엄마와의 작은 추억들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오늘도 글로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