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열흘쯤 전부터 엄마의 기력이
쇠해졌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아침에 노치원 보내드리려고
엄마 집에 가면 전 같지 않으셨다.
엄마 일요일인데 성당 가셔야죠?라고 말씀드리면,
(성당 간다고 해야 노치원을 가심)
축 처진 어깨에 게슴츠레 눈을 뜨시고
오늘이 일요일이냐?
일요일인 것도 몰랐네.
주일만 아니면 성당 안 갔음 좋겠다.
노치원 차량이 올 시간에 맞추어 내려가
기다리는 동안에도 아파트 화단 앞이건
쓰레기통 앞이건 그냥 푹 주저앉아 버리신다.
정말 맘 같아선 집에서 편하게 계시라고
모시고 있고 싶은 심정이다.
노인분들이 환절기에 많이 힘들어하신다는데
그래서 그런가!
남편과 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영양주사를 놓아드리기로 했다.
월요일인 오늘 아침 일찌감치 가게 나가
반찬들을 준비해두고 엄마를 모시고 병원엘 갔다.
간단한 진료 후 영양주사를 맞기로 했다.
주사를 놓으러 온 간호사를 보시자 엄마는
완강히 거부하기 시작했다.
난 밥도 잘 먹고 아픈 곳도 없는데
왜 주사를 맞아. 나 집에 갈래.
엄마 기운 없으시잖아요.
맨날 기운 없다고 끙끙대시면서
주사 맞고 기운 내셔야죠.
저걸 언제 다 맞아.
바쁜데,
시간도 없는데.
엄마가 무슨 시간이 없으시다고 그러셔.
집에 가서 뭐하실 게 있으시다고.
안 맞아.
저거 빼세요.
언제 다 맞으라고.
간호사 님,
저거 맞는데 얼마나 걸려요?
금방 맞으세요. 한 시간 정도면 돼요.
아유,
한 시간이나 걸려.
할 일도 많은데 나 안 맞는다.
계속 맞으시는 중에도
바쁘다고 주사기를 빼라고 하시는 바람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성당 때문이라면 다 이해하시는 엄마를 위해
거짓말을 고한다.
어제 일요일인데 엄마 기운 없어서
성당도 못 가셨잖아요.
주사 맞으셔야 성당을 가시지.
내가 기운 없어서 성당을 못 갔나!
그럴 리가 없는데.
그 정도로 기운이 없진 않았는데 하시면서
좀 수그러드시는 듯했다.
그러나 잠시 후 또 저걸 언제 다 맞느냐며,
마리아 오늘로 주사 맞는 건 끝이다. 끝. 알았지?
내가 왜 주사를 맞니? 이 바쁜 시간에.
엄마 집 가서 뭘 하신다고 바쁘다 하세요?
다소 짜증 섞인 내 말에 날아온 대답.
식당에 일 천지인데 빨리 가봐야지.
할 일도 많은데 나 때문에
이렇게 나와 있으면 어떡해.
가슴이 뭉클하다.
시간이 없다는 것이 엄마가 아니라 나였다니......
마리아야 고맙다.
너는 복 많이 받을 거야.
네 일도 바쁜데 나 때문에
일도 못하고 이러고 있으니.
복 많이 받아.
하느님이 복 많이 주실 거다.
밖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우여곡절 끝에 주사를 다 맞아갈 즈음 남편이 왔다.
남편은 주사 다 맞으셨어요?
빨리 기운 차리시고 성당 가셔야지.
어머니 비가 와서 내가 차 가지고 왔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엄마는 또 축복의 말씀을 하신다.
가브리엘, 마리아 고마워. 복 많이 받을 거야.
매일 바쁜데 늙은이한테 이렇게 시간을 다 쓰고
잘해주니 하여튼 복 많이 받을 거야. 고마워.
3급 치매인 엄마 맘속에는
바쁜 자식 시간 뺏는 것만 걱정이셨나 보다.
엄마의 자식 사랑을 보니
병마 앞의 고통 중에 있어도,
치매로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와중에도
늙은 자식이건 어린 자식이건
부모의 자식 사랑은 시간 초월 영원무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