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남편

by 곽성숙

우리 며느리는 시인이다.

아들도 시인 아내와 살다 보니

짬짬이 글을 쓰게 된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덧 나와 남편도 소소한 일상을

글로 옮기게 되었다.


친정아버지께서 그동안 문집을

세 권이나 편찬하셨어도 글을 써보겠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다.

치매 어머니가 집 근처로 이사 온 이후

밥과 반찬을 저녁마다 가져다 드리는데

보통 남편이 이 일을 담당하고 있다.


어제 저녁도 남편이 음식을 가지고

부모님 댁에 다녀왔었다.
그리고는 가족방에 짧은 글을 올렸다.
그 글 내용을 옮겨본다.

-

저녁 7시쯤 장인 장모님 저녁식사와

갓 찐 햇감자 두 알을 챙겨

장인 어른댁 문을 열었다.

저 왔어요~


귀가 어두워 혹시나 못 들으셨을까 봐

또 한 번 큰소리로 외쳤다.


저예요.
저 왔어요.

그 소리에 장모님은 소파에 길게 누워계시다가

부스스 일어나시고, 화장실에서 손빨래를 하시던

장인어른도 황급히 나오신다.

나를 반겨주시는 장모님께 다가가

손으로 얼굴을 따뜻하게 감사드리고 볼을 비볐다.

식사를 챙겨드리고 가게일이 바빠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니

“벌써 가려고"하시며 장모님도 따라 일어나신다.


그리고는 두 손을 모아 인사를 하신다.
고마워요~

눈물이 보일까 얼른 고개를 돌리고

일부러 더 큰소리로 인사를 한다.
저 갑니다.

-


매일 부모님을 찾아뵈어도

어떤 날은 뒤돌아설 때 가슴이 저며 올 때가 있다.

남편도 그런 날이었나 보다.


항상 나보다 더 부모님께 잘하는 남편이다.
친정식구들이 애쓰신다고 감사의 말을 전할 때면 남편은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한다.


밖에 나가 봉사도 하는데 이 정도도 못하느냐고.
맘이 따뜻하고 정 많은 남편이다.

늘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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