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요양원에 들어가신 날

by 곽성숙


엄마가 우리 집에 오시는 날은

수시로 냉장고 문을 여닫으시며

하시는 말씀이 있다.


내가 배가 고픈 건 아니야.
그런데 뭐가 좀 먹고 싶어.
많이도 못 먹어.
쪼금이면 돼.

아버지는 늘 이것저것 찾으시는

엄마를 위해 견과류도 사다 놓으시고

뻥튀기도 사 오시고 과일도 이것저것

챙겨두시곤 하셨다.

그러던 엄마가 한 달 전부터

어지럼증을 호소하시기 시작하셨다.
생전 누워 계시는 걸 모르시는 엄만데

누워계시는 날이 많아지셨다.


진지도 겨우 밥 한 수저 드시면 그만이다.
당연히 기운도 떨어지셔서

걷는 것도 간신히 누군가에 기대어야만

가능하신 지경에 이르셨다.
밤에 화장실도 혼자 못 가시고 방바닥에

주저앉아 일을 보시는 날도 잦아지셨다.

우리는 대기자가 많아 일 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에

신청을 해둔 상태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요양원에서

입소 연락이 오더라도

본인께서 돌보실 수 있으니

그냥 가까운 노치원에나 다니게 하자고

거절 의사를 표명하시곤 했다.

어느 일요일.
도저히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하시고

기운을 못 차리시는 엄마에게 영양주사라도

맞혀 드려야 할 것 같은 조바심에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피검사를 제안했다.
피를 뽑던 간호사님은 피 반 물 반이라며

우려 섞인 말을 내뱉었다.


검사 소견은 연세가 많아 골수에서

철분을 만드는 능력이 저하되어

빈혈이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였고

더 자세히 상황을 알려면

위장 내시경을 권장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86세 연세에 기운도 없으신 엄마에게

죽음을 앞당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수혈을 하시고 수치는 정상이 되었고

우리는 다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엄마를 돌보시던 아버지가

기운이 달려서 힘들어하시는 거다.


동생들과 의논을 거듭하던

우리는 엄마를 사설 요양원이라도

입소시켜드려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때마침 하늘의 도우심인가!
신청했던 가톨릭 요양원에서 연락이 왔다.

가족 모두를 생각하면 요양원에 모셔야겠고

아버지만 찾으시는 엄마를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에 혼돈에 빠지는 나.
이성적으로 해결하자며

다부지게 마음을 먹고 일을 진행시켰다.

드디어 오늘이 그날이다.
짐을 챙기고 따라 나오시는 아버지를

만류하고 차에 올랐다.


무너지려는 마음을 꾹꾹 눌러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엄마 손을 잡았다.
엄마 손에 낀 묵주반지가 만져졌다.


엄마 이 묵주반지 나 주면 안돼?
자식이 달라면 뭔들 못주겠니.
너 가지렴.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룸미러로 상황을 알아챈 남편.
정신 차려.
지금 감정 조절 못하면 어떡해.


요양원에 도착하여

엄마가 머무실 방을 안내받았다.
짐을 정리하려는데 침대에 앉으신

엄마가 말씀하신다.


나 여기 두고 가려는 건 아니지?


순간 나와 남편은 얼음이 되었다.
머뭇머뭇.


남편이 말을 꺼냈다.

어머니 여기 피정 오신 거야.
우리 아래층에 좀 내려갔다 올게요.


사무실로 내려온 우리는 입소 절차를 밟았다.
우리는 엄마를 다시 뵐 면목이 없어

요양원을 빠져나왔다.


죄스러움에

눈시울은 자꾸만 붉어지고

목이 멘다.


불효를 했다는 생각에

아마도 한동안은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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