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무것도 몰라

by 곽성숙

오늘도 노치원을 보내드리기 위해
아침에 엄마 집엘 갔다.

엄마는 장에서 속옷들을 뒤적이시며 말씀하신다.
속옷이 없어 속옷 좀 찾아줘.

내복이 하나도 없다.
베란다에 마른 속옷이 있을까 생각하며 나가보았다.
아버지께서는 엄마가 입었다 벗기만 해도

속옷들을 빨아버리시는데

오늘은 몇 번을 입었다 벗으신 걸까?

금방 빨아 널은듯한 속옷들이 즐비하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반소매 속옷을

겨우 한 개 찾았다.


이제 봄이니 이것만 입으셔도 돼요 엄마.

속옷을 입으시던 엄마는 젖꼭지를 톡 건드리시며,

이게 네가 빨았던 젖꼭지야.
네가 맏이라 처음으로 이 젖을 빨았지.

기분이 묘하다.
맘이 울컥한다.

어린 시절 가난이 싫었던 엄마는 돈 없으니

공부하지 말라는 외할아버지와 싸워가며

고등학교를 졸업하셨다.


결혼 후에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시누와 시동생도 고등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공부를 시키셨다.


우리 사남매까지 합해 많을 때는

아홉 식구가 함께 한집에서 살기도 했다.


많은 식구를 거느리고 살아야 했던 엄마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근검절약을 생활화하셨다.


치매가 오시기 전까지 가계부를 작성하시며

돈이 새 나가는 것을 막으셨다.


그렇게 억척시럽게 사신 덕에

우리는 풍요롭진 않았지만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헌신적으로 사신

엄마에게 돌아온 건 치매라는 사실이

너무 슬프고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자식이라도 부모 얼굴에

그늘지게 한 자식은 없다.

손주들도 다 잘 자라주었다.

이제 효도만 받고 일상을 즐기시기만 하면 되는

편안한 노후가 기다리고 있는데

그 생활을 즐기실 수가 없다.


이제 용돈을 드려도 옷을 사드려도
돌아서면 기억을 못 하신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거 처음 보는 거네.
내 것 아닌 것 같은데 누구 거지?

몸도 점점 쇠약해지시고,

자신도 모르게 끙끙 앓는 소리가 많아지시는

엄마의 날들.


혼자 옷 입으시는 것도,

스스로 물 한 잔 찾아먹는 것도 버거워

날 찾으시는 엄마.


엄마가 자신을 돌아보며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

오늘은 더 내 가슴을 쓸어내린다.

난 아무것도 몰라.
그렇게 똑똑한 체를 하고 살았는데
이젠 바보가 되어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