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설거지

by 곽성숙

엄마가 돌아가시고 우리 집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신

아버지는 설거지 담당이 되셨다.


식사만 끝나면 팔을 걷어붙이고 싱크대를 점령하신다.

내가 하겠다고 말씀드려도 넌 하는 일이 너무 많으니 좀 쉬라며 완강하신 아버지.


이를 지켜보던 남편이 내게 말했다.

- 일이 있으셔야 더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는 거니

아버지가 편하신 대로 하시게 해.


그 뒤로 설거지는 아버지 차지가 되었다.


올해로 92세가 되신 아버지.

설거지하시는 시간이 전보다 길어지셨다.

그래서 내가 얼른 해버리려는 맘을 가지면

어떻게 아셨는지 ”설거지는 손대지 마라. 내가 할 거야“하신다.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식기 세척기를 구입했다.

이제 설거지는 세척기가 할 것이니

아버지는 안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설거지하는 것을 2~3일 지켜보시던 아버지.


-마리아야, 나도 세척기 사용법 좀 알려주렴.

그래야 내가 설거지를 하지. 넌 너무 하는 일이 많아.


전에 치매에 걸리신 엄마와 생활하실 때

세탁기 사용법이 복잡하다며 알려고도 하지 않으시고 일일이 손빨래를 하셨던 아버지.


난 식기 세척기 사용법을 알려드리면서

- 아버지 사용 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 그럼 모르면 자꾸 배워야지.


아버지는 다시 설거지 담당을 자처하셨다.

그런데 설거지하신 후 마무리 정리를 하려고 가보면 어떤 때는 잘 사용하신 것 같은데

어떤 날은 세척기가 자동문 열림도 안되어있고

세척기 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차있다.


“이제 설거지하는 시간 별로 안 걸리니 제가 할게요.”

그러나 아버지는 전혀 양보하실 생각이 없으시다.


며칠 전이다.

아침 준비를 하려고 주방에 가보니

세척기 문이 닫혀 있고 바닥에는 물이 또 고여 있다.


아버지께 다시 사용법을 설명드렸더니


“이제 사용법을 다 알겠어. 그런데 말이야 “,


고개를 갸우뚱하시며 말씀하시길.


- 매번 이렇게 돌리면 전기세 엄청 많이 나오겠는데 걸.

- 아니에요. 다 알아봤는데 한 달에 3~4천 원쯤

더 나온다고 하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오늘 아침.

설거지를 하시고 세척기 켜는 소리를 들었는데

나가보니 벌써 종료가 되어 있다.


닫혀있는 세척기 문을 열어보니 안에 물이 흥건하다.

“아버지 세척기 돌리셨어요?”하고 묻자,


자신 있게 대답하는 아버지

- 그럼 다 돌렸지.

- 그런데 세척기 바닥에 물이 흥건해서요.


그러자 아버지께서 말씀하신다,


- 내가 생각해 보니 전기료와 물세가 만만찮겠어.

그래서 조금 돌리고 내가 껐다.

나는 옛날에 어렵게 살아봐서 잘 아는데

쓸데없이 돈 들어가는 게 무섭다. 아주 무서워.


90의 노인 아버지는 그 연세에도 자식이 힘들까 봐

걱정. 돈 많이 쓸까 봐 걱정. 이래저래 자식 걱정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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