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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유년시절 첫기억과
초감정을 통한 자기탐색

by N잡러

앞 장에서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이제는 미디어 콘텐츠의 사용에 대한 관점에서 살펴보려 한다.

콘텐츠의 생산에서도 그러하지만, 콘텐츠의 소비에서도 자신만의 기준과 도덕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소비하는 과정에서 선택의 주도권을 내가 가질 수 있다. 우리는 종종 나에게 제공되는 콘텐츠들을 내가 선택한 콘텐츠들이라는 오해를 한다. 뉴스뿐만 아니라 모든 콘텐츠 사이에는 알고리즘이 존재한다. 알고리즘 외에도 우리가 모르는 배열방식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보고 싶고, 나에게 필요한 콘텐츠는 내가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MZ세대 이전의 세대인 우리는 오롯이 내가 나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왜냐하면 내가 나를 바라보는 영역은 철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어렵다고 생각했었고, 더불어 깊게는 아니지만 내 생활영역이 가족이나 가족 외 사람들과 부딪히는 삶이 주가 되는 환경에서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정보화 사회를 거치고, 1인 미디어 시대가 된 지금은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삶이 훨씬 중요한 사회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선택과 책임의 범위가 커지고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올바른 선택과 그에 따른 긍정적인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올바른 선택과 책임감은 콘텐츠의 생산과 사용에 필요한 개념이기에 자기중심을 세울 수 있는 스스로에 관한 질문이 꼭 필요하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는 작업을 해보면 도움이 된다.

이 질문을 시작으로 “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가?”라는 질문으로까지 확대해서 질문에 대한 답을 가볍게 고민해 보는 지점에서 책임 있는 미디어 사용을 위한 충분한 준비는 했다고 생각한다.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더라도 괜찮다. 가끔은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이미 해답을 얻게 되는 경우도 많다. 나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다.


나 스스에 대해 질문을 할 때 가정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 “초감정”이다. 초감정이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감정에 대한 감정’을 의미한다. 초감정을 들여다봄으로써 몰랐던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우리는 흔히 감정은 외부의 행동 때문에 생겨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똑같은 외부행동이 있더라도 사람마다 표현하는 감정이 똑같지는 않다. 왜 그럴까? 이는 저마다 과거 경험이나 특정한 사례로 인해 감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외부의 자극으로 내 감정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외부행동 때문에 감정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감정의 결과물이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어떤 심리학자는 우리의 과거를 더듬어 첫번째 기억을 찾아내면 어른이 되어서도 자주 느끼는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혼자 담벼락에 붙어 울던 기억, 장터에서 엄마를 잃고 헤매던 기억, 아버지 주머니에서 몰래 돈을 훔치던 기억 등 마음 깊숙이 남아 있는 유년의 기억이 간혹 현재의 의식에 표면화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초감정으로 접근하기 위해 유년 시절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첫 기억을 작성해보자. 이때 생각나는 첫 기억은 또렷해서 그날의 분위기, 날씨, 입고 있던 옷 색깔 등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기억이어야 한다. 기억하면서 떠오르는 감정도 함께 적어보자. 그 감정이 생기는 원인을 생각해보고 그 감정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역시 살펴보자. 이 작업이 마무리되었다면, 더 나아가 “나는 누가 ___할 때마다 ___을 느낀다.”를 적어보자.


‘초감정 알기’에서 가장 많은 예를 드는 상황은 ‘우는 아기를 볼 때 느껴지는 각자의 감정이 어떤가?’이다.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우는 아기에를 보며 느껴지는 감정이 화남, 슬픔, 절망, 무감정, 애틋함, 귀여움 등 모두 같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감정이든 그 감정의 원인이 있다. 화가 나는 감정도, 슬픈 감정도, 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감정도 모두 원인이 있기 때문에 그 감정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감정에 대한 감정이다.


이런 활동이 필요한 이유는 자신의 초감정을 알고 나면 내가 감정을 쏟게 되는 관심사, 혹은 내 감정의 책임을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서 나 자신을 잘 들여다보게 되면, 나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사건을 객관화하고, 상황 판단을 하고, 해결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된다. 오나라 출신 장수 손무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을 손자병법에 남겼다. 풀이하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이다. 이 말은 병법에서뿐만 아니라 순간순간 선택의 연속인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삶은 승패를 가르는 전쟁이 아니고, 선택의 결과로 이루어지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참고: [도둑맞은 감정들] 조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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