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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서평(북리뷰) 활용하기

by N잡러

한국의 교육환경 안에서 독후감 쓰기는 굉장히 수동적인 활동이다. 1980년대 학창 시절 동안 독후감 쓰기는 방학 숙제 중 제일 중요한 과제였다. 독후감 중 잘 쓴 작품을 골라 학교 대표로 선출하고, 지역 예선을 거쳐 전국 학생 독후감 대회에 출전시켰다. 출전하는 학생들은 힘들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바탕으로 한 대회이기 때문에 싫어하지는 않았다. 또, 이런 활동들이 성적에 반영이 되지 않아 부담감은 적었다.

하지만 세대가 달라지면서 독후감이라는 단어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아이들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서 하는 것이 아니다. 책 읽기와 독후감의 중요성이 커지고 의무적인 활동으로 인식하면서부터 책 읽는 자체의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일부 학교에서 방학 숙제를 스스로 선택해서 할 수 있는데, 학생들은 절대 독후감 과제는 선택하지 않는다. 많은 학부모가 독서 활동이 필요하다는 건 알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독후감 쓰기를 권유, 강요하지만 자녀는 독서 활동 과제를 제일 싫어해서 선택하지 않으려는 갈등 상황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독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덜어주기 위해서 독후감보다는 서평을 쓰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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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독후감과 서평이 같은 종류의 글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받는다. 간단히 비교하자면 독후감은 간단한 줄거리, 책을 읽은 후의 내가 새로 알게 된 사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느낌 등을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하는 것이고, 서평은 책의 내용과 특징을 소개하거나 책의 가치를 평가하는 등 객관적인 관점의 글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자기의 생각을 쓰기 힘들어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활동이다. 이번에는 서평의 역할 중에서 소개의 역할 부분을 다루려 한다.


학교에서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책 읽기 활동을 지도하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수동적인 활동에서 능동적인 활동으로 바꾸기 위해 아이들 스스로 책을 선정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예를 들면 한 아이당 책 3권을 같은 반 친구들에게 소개하는데, 서평을 써서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추천한 책을 아이들끼리 투표를 해 학급 문고로 정해지면 반 전체 학생이 그 책을 읽게 된다.

서평에 들어가는 내용은 책의 제목, 작가, 출판 연도를 기본으로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와 누가 읽었으면 좋을지 등이다. 책을 읽고 생각하며 쓰는 동안, 아이들은 정해진 형식이지만 자신이 책을 소개한다는 것에서 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이렇게 선정된 책을 읽은 후의 소감을 모둠끼리, 아니면 학급 전체에서 의견을 나누는 독후 활동을 가져보는 것도 재미있다.


서평 쓰기 활동을 학교에서 아이들의 활동을 예를 들어서 설명을 했지만 나이와 관계없이, 학교나 가정 어디에서든 해 볼 만한 활동이다. 성인이 서평을 쓸 때는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쓰기를 권한다. 예를 들면 고전 문학의 경우 시대 배경이나 작가의 배경 설명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거나, 책에 대한 자신의 의견, 이 책을 읽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질문 등을 함께 적으면 서평의 내용이 훨씬 풍부해진다.

이런 활동들이 리터러시이다. 리터러시는 글로 이루어진 정보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문해력을 말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문해력을 키우는데, 서평 쓰기 활동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서평 쓰기의 두 번째 활용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관점에서 접근해 보자.

요즘 아이들은 어른 세대가 글로 했던 모든 활동을 영상으로 만들어 내는 세대이다. 한 예로, 중학생의 수행평가 중 자신의 꿈에 관련된 영상을 찍어서 편집하고 발표하게 한다. 편집하면서 자막도 넣고, 음원도 넣는다. 어른 세대는 상상하기 힘든 과제다. 십대를 칭하는 다양한 이름이 있다. MZ세대, α 세대와 별도로 디지털 원주민, AI 네이티브 등이 있다. 배우지 않아도 저절로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아이들이다. 엄마보다 AI 스피커를 먼저 부른다. 그러다 보니 현재는 10대가 지식의 생산자이면서 소비자도 된다.

이와 같은 특성을 가진 아이들에게 북리뷰 동영상(북트레일러)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갖고 아이들과 공유하도록 방향 제시를 해 주어야 한다.

인터넷망에서 서평 쓰기를 검색해 보면 인플루언서(influencer)중 도서전문 블로거도 많다. 블로그는 활용도가 적다는 의견도 있는데, 블로거만 운영하는 게 아니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사용하기 때문에 북리뷰 영상 제작한 것을 공유하거나 접근하기 좋다.


서평으로 학급신문을 만들어 보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학급신문을 만들면서 신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언론의 역할과 책임감 등에 관한 내용을 같이 다루게 되면 아이들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갖추어야 할 인문학적 소양에 한 걸음 다가가는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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