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2018년 10월 26일, 생애 최초의 면접을 했습니다. 스타일리스트학과에서 하는 입시 면접이었습니다. 1차 서류전형에 통과하고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부터 면접 연습을 했습니다. 항공운항과에 진학한 선배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면접날 아침, 외출 준비를 하며 제게 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자기소개와 지원동기, 성격의 장단점에 대해 나름 준비한 것을 말로 하며 핸드폰에 적었습니다. 지원동기는 너무 빤한 내용을 이야기하기에 “그것보다 너의 이야기를 해. 친구들이 네가 스타일링을 잘한다고 했던 것이나 지인들을 통해 샾 마스터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은 것들을.” 알았다며 자신의 언어로 다시 수정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가기 싫다.”라고 합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너무 긴장된다는 이유였습니다. 하긴 그럴 겁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저도 대학입시를 치르며 면접을 했습니다. 그때는 아무 준비 없이 갔습니다. 기다리며 친구 중 한 명이 “왜 우리 학과를 왔는지 물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 질문을 내가 받았습니다. 사학과였는데 “제가 역사를 좋아하는데 시험을 보면 점수가 잘 안 나왔어요.”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했습니다. 면접관은 “왜 그랬을까?” 이러며 친절하게 대응해줬지만, 그 자리에서 4지 선 다식 문항에 앞 문장은 맞고 뒷 문장은 틀리는 아주 꼼꼼하게 외우지 않으면 틀리는 문제들, 그 많은 년도들이 역사를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더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점수가 되지 않아 불합격됐겠지만 지나고 보니 제가 면접관이라면 저의 대답에서 학과에 적합한 학생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겠구나 싶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겐 성격의 장단점도 학과와 관련된 내용으로 이야기하면 어떻겠냐고 이야기해줬습니다. 면접을 보고 나서 연락 달라고 하며, 너무 긴장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라고, 잘할 거라고 응원을 해줬습니다.
오후에 청예단 상담봉사 중인데, 면접이 끝났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망했어요. 5명이 같이 했는데 다른 학생들은 막힘이 없이 줄줄 이야기했어요. 나는 계속 더듬거리면서 했어요.” 합니다. 전 “그거 중요하지 않아. 말을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받았어요.”합니다. 뭐냐고 물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존경하는 스타일리스트는 누구냐고 물어보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서, 모른다고 하고 ‘외국의 닉 우스터를 존경한다. 제가 존경하는 이유는 그분은 나이가 들어 늦게 시작했지만 나름의 스타일링을 하면서 패션 디렉터를 하는 분이시기 때문이다.’라고 했어요. 그런데 나머지 4명은 모두 어떤 사람을 똑같이 이야기하는데 전 누군지 모르겠더라고요.” 나름 자기가 순발력이 있었다며 뿌듯해했습니다. 아들의 대답을 들으며 잘했다며 모르는 건 모른다고 정직하게 대답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너 나름의 대답을 했으니 그걸 더 인정해줄 것이다 라고 하며 전화 통화를 끝냈습니다.
저녁엔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면접관들을 보니 누가 결정권자인지 알겠어서 중간에 다른 학생 면접할 때 눈을 마주치면 웃었다는 이야기, 처음 해보는 면접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 다른 학생들을 태도 등.
“엄마 아빠가 저를 자존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키워줘서 고마워요. 친구들도 내가 무엇을 하든, 대학을 가든, 취업을 하든 너는 네 몫을 하고도 남을 거라고 해요.” 합니다. 저 역시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너는 충분히 그럴 거야. 그래서 엄마는 걱정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아. 그리고 엄마 아빠가 키워준 게 아니라 네가 그렇게 큰 거야.”라고 답해줬습니다.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이 자기 목숨을 버려서라고 꼭 얻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요. ‘내가 참 괜찮은 아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거예요. 그게 바로 자존감입니다.” 한국 청소년 상담 복지개발원 구본용 원장의 말입니다.
아들이 스스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습니다. 학교폭력의 경험이 자양분이 된 것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