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들은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교장선생님께 1학년 대표로 표창장 모범상(어른 섬김부문)을 받았습니다. 그즈음 아들을 통해 선생님들이 인사 잘한다고 칭찬했다고는 들었습니다. 그래서 받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것도 포함해서 여러 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혹 상 받으려고 그런 건 아니냐고 물으니 ‘당연하지’ 하고 대답했습니다.
학기 초에 담임교사 면담을 가니 인사 잘한다고 했고, 중학교 2학년 때도 선생님들이 예뻐한 이유가 인사 잘하고 무한 긍정으로 밝은 아이라는 거였습니다. 학폭위를 치렀던 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도 이동수업 때면 아들 손을 잡고 간다고 했습니다.
학교에서 모범상을 받아와서는 “학교 선생님 다섯 분이 나를 추천하셨대요.”라고 했습니다. 아들은 어렸을 때 양쪽 할아버지 할머니가 키워주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아들이지만 사촌들과 자주 모여 지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외아들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유년시절을 친할머니 댁에서 살아서 동네 할머니들의 관심까지 받으며 자랐습니다. 인사는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 같습니다. 어른을 대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겠지요.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일반 고등학교가 아닌 비인가형 요리 대안학교 진학을 하려다 마지막에 진학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공부에 대해선 크게 욕심이 없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공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요. 학폭위 가해자가 되어 1년 이상의 과정을 겪었는데 공부를 하라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혹여라도 학폭 때문에 엇나가지 않을까, 학교를 그만둔다고 하지 않을까 싶어 학교를 다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진학하고는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습니다. ‘100시간 봉사해서 봉사상을 받겠다. 결석을 하지 않고 개근상을 타겠다.’ 포부가 대단했습니다. 물론 다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들어가서 모범상까지 받으니 다른 것보다 아들이 마음의 상처가 크지 않았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습니다. 선생님 다섯 명이 공통적으로 아들을 추천했다는 사실이 또한 감사했습니다. 한두 명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다섯 명이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학교폭력의 경험이 아들을 더욱 겸손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이후 아들은 아빠와의 불화로 집에 들어가지 않는 친구를 붙잡고 이야기 들어주고 집으로 들여보내기도 했습니다. 하루는 옷에 피가 묻어 웬일이냐고 물으니 싸우는 친구들을 말리다가 묻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역할을 자청해서 하는 것을 보면 분명 아들에겐 학교폭력의 경험이 성장의 기회였을 것입니다.
상을 받아서가 아니라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는 것이라는 상징이라 생각되니 앞으로는 더 이상 크게 걱정할 일은 없겠다 싶습니다. 고등학생이 사고 치는 모습을 보며 어려 보인다는 표현을 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입시 준비를 하며, 본인이 학생생활기록부에 축제 때 동아리 동상을 받은 것도 포함해서 모범상 받은 것이 기록된 것을 봤습니다. 이런 것들이 입시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고는 “내 생기부가 나쁘지 않아.”라고 했습니다. 스스로를 좋게 평가하는 것, 결국 자존감에도 긍정적인 효과인 것이었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폭력으로 혹독한 값을 치른 것처럼,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값진 결과로 돌아왔으니 정말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