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가 뛰어오다가 부딪혀서 상처가 났는데 이것도 학교 폭력인가요?”
2018년 11월에 제 블로그 [학교폭력 A to Z,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 비밀 댓글이 달렸습니다. 용인에 있는 초등학교 학부모 회장인데 학교폭력을 주제로 학부모 강의를 요청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희가 바라는 학부모 연수 내용은 늘 천편일률적으로 강의되고 있는 매뉴얼적인 사항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학교 폭력이 일어났을 때 마주치게 되는 감정적 동요와 어려움 등 현실적인 조언과 실질적 사례에 대한 고찰과 이해입니다. 저 역시 세 자녀를 키우고 있으며 큰 딸아이가 초등 중등 고등 을 거치며 겪었던 학폭의 트라우마가 지금도 잠재되어 있습니다. 피해자일 때 느껴지는 분노와 억울함……. 가해자가 되었을 때의 당혹감과 수치스러움…….
문제는 가해 학부모가 되든 피해 학부모가 되든 어느 정도 의식이 있는 학부형이라면 아이들의 다툼에 있어 원만한 조정과 이해가 있으면 커지지 않을 사안이 왜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재심과 행정소송 인권위 제소까지 가게 되는 현실인지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학부모 자체가 사고의 차이가 있어 견해가 좁혀지지 않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분쟁 조정의 역할을 학교가 잘하지 못하고 있다던가 학부모들의 감정싸움에 아이들이 다치는 경우라던가…….
저도 겪어 본 학교에서의 학폭은 사실 별 의미가 없는 것이 현실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번 연수에 가해 학부모가 되었을 경우에 부모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피해 학부모가 되었을 때 가져야 할 마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가해 학부모이기에 무조건 잘못을 했다고 조아리기를 바라기보단 가해 학생으로 몰렸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잘못된 방법으로 대처하기보다 피해 학부모이기에 무조건 이해받고 사과만 받기를 요구하기보단 피해 학부모이지만 가해 학부모님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는 지혜도 얻을 수 있는 연수 희망합니다. “ 라며 긴 글로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저의 학폭 경험이 학부모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긴 것입니다.
당일 학교에 도착하니 현수막에 “저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로 강의 명의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강의 처음에 가해자 엄마인 것을 밝혀야 할까? 그러다 보면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으니 나중에 이야기할까 고민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2시간의 강의를 끝내고 질의응답 시간에 뛰어오다가 서로 부딪혔는데 학폭이냐는 질문, 서로 싸웠는데 한쪽에서 신고하고 다시 상대가 신고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강의 내용 중에 설명을 했던 내용이었는데도 다시 질문을 하는 것을 보면 아마 본인들의 사례에 맞는 답을 듣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강의 초반에 학교폭력에 대해 ox퀴즈를 하니 정답을 다 맞혔습니다. 사소한 싸움도 학교폭력이며, 언어폭력이 가장 많고, 피 가해자가 확실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맞고 때리는 것이 학교폭력이 아니고 힘의 우위에 의해 ‘하지 마’라는 말도 못 하고 그런 경우 아무리 사소한 싸움이라도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초등학교 어머님들이라 맞으면 피해자, 때리면 가해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질문한 어머니에게도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습니다. 대답은 아이들은 잘 지낸다는 것이었습니다. 강의의 한계를 다시 실감했습니다.
강의 요청한 학부모회장도 “어머니들이 오늘 강의 좋다고 하셨어요. 제가 고등학교 학부모회장이기도 한데 오히려 고등학교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연락드릴 테니 저의 아이 고등학교에 오셔서 강의해주세요.”라고 했습니다. 학부모회장도 질문하는 것을 듣고 초등학교 어머니들이 받아들이는 학교폭력과 중, 고등학교 어머니들이 다르다는 걸 느낀 것 같았습니다.
강의를 해보니 저의 학폭 경험이 정말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든 치유자는 상처 입은 사람이다.”라고 한 카를 융의 말처럼 저 역시 상처 입은 사람이기에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