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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Jan 11. 2019

길을 찾는 길

[취향도감] 잘했다 오늘도 고생 많았어




   나는 자타 공인 길치다.

   매주 목요일 관심 가지던 인문학 수업이 있어서 해운대 도서관을 가야 한다.
   처음 가는 길이라 친구가 더 걱정을 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겁이 많아서 어딘가를 혼자서 찾아가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조금 있다. 사실 도시철도로만 가면 아무 걱정이 없는데, 도시철도와 버스를 이용하고 또 걸어서 1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를 가야 한다. 그러니 나도 걱정이 되었다.
   지도를 보고 따라가면 쉬운데 뭔 걱정이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사실 나는 지도를 잘 못 본다. 지도에서 보이는 방향을 내가 서있는 곳에서 파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도 오늘은 긴 시간이 걸려 그럭저럭 잘 찾아갔다.

   사실 걱정으로 호들갑을 떨기는 하지만 은근히 길을 찾을 때 찾아오는 긴장을 즐기는 편이다. 물론 시간이 넉넉할 때의 경우지만. 그래서 길을 찾을 때는 다른 때의 스트레스보다는 덜하다.
   뻑뻑한 긴장감이 있지만 좀 가볍다. 불안하긴 하지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달까. 거기가 아니면 다시 찾아가면 된다는 여유가 좀 있어서 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길 찾기 말고도 몇 가지 더 있다.
   누군가를-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거나, 새로운 책-어려운 책을 읽을 경우가 그렇다. 그래서 사실 누군가를 만나고, 어딘가에 가는 것에 두려움이 있냐고 물으면 정확히 반반이다. 기대와 걱정이 늘 함께 하는데, 그 기분이 나쁘지 않다.
   어떤 때는 그렇게 걱정은 하면서 그 기회를 즐기기도 한다. 오늘처럼 겁먹고 찾아간 길 끝에서 작은 위안을 받았을 때엔 더 그렇다. 이렇게 작은 걸음으로 조금씩 변하는 내 모습이 조금 기특하기도 하다.   

   오늘 강의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에서 실천해야 할 두 가지 중 한 가지는 오늘 꼭 하고 자야겠다.

   겁을 내고 떨렸음에도 잘 찾아가고, 선생님과 웃으면서 대화 나눈 것, 하루에도 수십 번 이 생각 저 생각으로 흔들렸던 마음 잘 붙잡은 것, 혹여 그렇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잘 했다고, 오늘 고생 많았다고,
   나를 좀 안아주고, 인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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