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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현주 Apr 07. 2021

내가 사랑한 것들에 대한 잔상

아빠는 말씀하셨다.

너무 작은 것들까지 사랑하지 말라고.

작은 것들은 하도 많아서 네가 사랑한 그 많은 것들이 언젠간 모두 널 울리게 할 테니까.


나는 나쁜 아이였나 보다.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셨음에도

나는 빨간 꼬리가 예쁜 플라밍고 구피를 사랑했고,

비 오는 날 무작정 날 따라왔던 하얀 강아지를 사랑했고,

분홍색 끈이 예뻤던 내 여름 샌들을 사랑했으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갈색 긴 머리 인형을 사랑했었고,

내 머리를 쓱쓱 문질러대던 아빠의 커다란 손을 사랑했었다.


그래서 구피가 죽었을 때,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

샌들이 낡아 버려야 했을 때,

이사를 오며 인형을 버렸을 때, 그때마다 난 울어야 했다.


아빠 말씀이 옳았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간 날 울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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