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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현주 May 26. 2024

옅어짐

인생에서 어떤 일은 매우 짓궂은 방식으로 반복된다. 만약 당신이 적절한 대처방법을 모른다면 인생의 대부분은 잡을 수 없는 것을 잡기 위한 헛된 노력과 얻을 수 없는 것을 얻겠다는 헛된 희망으로 소모된다.


마음을 움켜쥐는 무엇을 가까운 자리로 끌어다 놓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아니면 마음을 움켜지지도 않는, 혹시나 내 가치관을 뒤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닌 것임을 알면서도, 정작 필요한 누군가를 몇번이고 놓치면서도 학습되지 않는 것이 욕망이다.


이를테면 당신은 취기를 빌어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고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다. 장난처럼 농담처럼 건네는 이야기가 나에게는 파도처럼 들이닥쳤다가 멀어진다. 멀어지는 순간의 진실을 응시하는 일 또한 함부로 학습되지는 않는다.


몇번이고 실망하여 마음을 꼬깃꼬깃 접어 당신이 알지못하는 깊은 서랍속에 숨겨두는 일이 무수히 반복된다. 가끔 그 서랍을 열어보면 당신이 건넨 농담들이 조금씩 움직여 자리를 바꾸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짙어지고 진해져서 바닥으로 가라앉은 것들은 햇살과 바람에 내다 말려도 가벼워지지 않는다. 옅어지고 엷어져서 위로 올라온 것들은 손가락 하나만 대어도 바스락, 스러진다.


한 알의 먼지로 부서져 먼 우주로 날아가버린 농담과 피처럼 선명한 빛을 띠고 멍울이 맺힌 농담과 당신의 장난 같은 농담을 진실의 약속이라 믿었던 나의 짙어지고 옅어지는 마음이 다 진실이고 다 실없는 장난이다.


농담, 진실과 거짓, 또는 그 사이 어딘가, 그 정도.


농담, 그리하여 누군가에게는 짙고 누군가에게는 옅은 것, 또는 그 사이 어딘가, 그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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