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스테이지

[엄마도감] 권정민

by 별빛

어느새 터질 듯 커져버린 임신 7개월의 배.

옆으로 누워도, 똑바로 누워도 불편해진 잠자리.

자다가 일어나서 가야만 하는 화장실 간격.

그런 불편함들이 다시 찾아오고 있다.

둘째 때는 빨리 방 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던 지인의 말이 점점 체감되고 있다. [엄마 도감]을 보며, 첫째 때의 그 수고들이 떠올랐다. 육아의 세계를 모르고 접했던 첫째 때와 달리, 둘째의 육아는 오히려 공포로 다가온다.

'첫째 때는 어땠더라...'


아이를 만 3살이 될 때까지 가정에서 직접 양육하면서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주변의 도움도 많았지만, 첫째 때는 그 불편함마저도 신기하고 즐거웠다.


임신했을 때의 불편함은 돌까지 엄마를 극한으로 피곤하게 하는 엄마 적응 시기로 생각됐다. 어차피 아기 나오면 밤새 살펴야 하고, 2시간마다 수유텀에 익숙하게 하려는 자연의 이치 같아서 신기했다.

출산 즈음에는 자연분만을 앞두고 자연관장이 되며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 것도, 아이가 나올 수 있도록 온몸의 관절이 열리며 아프게 되는 것도 신기하기만 했다.

빅똥을 싸듯 힘을 주라는 지인의 말과, 유튜브에 나온 산부인과 의사의 호흡법으로 비명소리 한 번 없이 아이가 쑤~욱 나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띵띵 부어 사막여우를 닮게 되었지만, 아이를 향한 주변의 사랑에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내가 다시 사랑받는 기분이 들었다.

모유 수유가 어려운 가슴 모양이라 포기하라고 했지만, 아이와 땀을 뻘뻘 흘리고 냉찜질을 하며 불난 가슴의 모양을 잡아갔다. 잘 때면 그 고통에 냉찜질 패드에 가슴을 대고 자야만 했지만, 결국 돌까지 모유 수유를 해냈다.

아이가 이유식 숟가락만 들이대면 숟가락을 날려버리고 머리를 찧으며 거부했지만, 다양한 방법을 공부하고 준비하며 스스로 즐겁게 밥을 먹도록 만들었다.

돌 무렵부터 하루에 12,000보 이상 걸으며 집안을 어질렀지만, 정리를 포기하고 아이의 호기심과 엄마 마음의 평화를 지켜냈다.

마냥 행복했던 첫째와의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아이의 개월 수마다 게임의 미션이라 생각하고 클리어해 가는 재미가 있었다. 고개 들기, 뒤집기, 일어서기, 걷기, 달리기 때마다 그토록 신음을 하며 애쓰는 아이를 보며, 나도 열심히 살고자 했던 시간이었다. 새로운 교육 정보들을 배우며 감동과 즐거움도 느꼈다.


그랬던 아이가 어느덧 5살이 되어서 자신이 엄마를 지켜주고 있다고 한다. 엄마가 힘들어 보이면 양팔을 벌려 꼬옥 안고 충전해 준다고 한다. 영양제 먹으라고 물을 떠다 주고, 집을 나서는 엄마의 신발을 신기 좋게 놓아주고 신겨주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유치원 옷으로 스스로 갈아입고, 유치원에서 다녀와서는 스스로 씻고 옷을 갈아입고 간식을 먹는다.

물론 여전히 한 시간씩 울며 괜한 뗑깡을 부리는 날도 있지만, 고작 5살밖에 안 된 아이가 내 삶을 지지하는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었다. 절대적인 사랑을 느끼게 해 주고, 인간으로서 성장할 기회를 주었다.


둘째를 키운다는 것은 첫째 때보다 2배가 아니라 10배 이상의 고통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그런 말이 두렵지만, 동생을 너무도 간절히 원했던 첫째를 생각하면 우리 가족이 또 잘 해내리라 생각된다. 나의 도전뿐만 아니라 첫째의 도전도 많을 것이다.


오늘도 첫째 아이가 엄마, 아빠에게는 아끼던 뽀뽀를 동생이 든 배에 퍼부으며 속삭인다.

‘동생아, 빨리 건강하게 나와라~ 누나가 잘 돌봐줄게. 보고 싶어.’

둘째는 남편이 첩을 들여온 것 같은 스트레스를 첫째에게 준다는데.. 과연...ㅎ


내가 두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의문, 불안.

절대적인 사랑이 늘어난다는 기대, 행복, 설렘.

첫째가 힘들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그러나 이제껏 그래왔듯이 나는 또 그 시기에 그에 맞는 답을 찾아나갈 것이다.

어차피 인생에 정답은 없는 거니깐.

아니라고 생각되면 또 다른 답을 찾아보면 되니깐.


삶이 주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며 또 성장해 갈 것이다.

여러 감정으로 혼란스럽기만 했는데, 엄마도감을 통해 그때의 고통을 집중적으로 생각해 보니 오히려 희망이 되었다.

한 번뿐인 인생.

최대한 누려보고 최대한 성장해 가자.

멋찐 할머니로 나이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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