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을 때

아빠가 실직했다.

by 진진



우려했던 아빠의 실직이 현실이 되었다. 다들 시간문제라고 했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고 나는 이참에 가족여행을 추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아빠가 다른 일을 찾기 전에.

막내동생은 이럴 때 둘째가 사는 호주로 부모님을 보내는 건 어떻겠냐고 했지만 비행기 값이 저렴한 것을 제외하면 계절적으로나 시기적으로 좋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반대했다. 부모님의 노후가 현실로 다가왔지만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손에 쥘 수 있는 부는 없어도 두 분 다 건강 하나는 짱짱한 편이라. 그래도 이제는 누구의 건강이 어떻게 안 좋아지더라도 어쩔 수 없는 그런 나이에 진입했다. 그래서 체력 좋을 때 다 함께 다녀야 한다는 생각을 한 거다. 엄마와 연례행사로 가던 덕구 온천을 4인이 가는 것으로 사이즈를 키웠고 3박 4일의 기간을 잡아 경주, 울진, 영주, 영월, 부산 코스로 돌 생각이다. 공무원인 동생이 평일 이틀을 빼줘야 가능한 일정인데 다음 주에 회사 분위기 보고 확정을 지어준다고 한다.


작년에 비해 올해 일거리가 많이 줄 것 같다. 오래 일했던 기관 하나가 사라졌고 작년에 두 반을 수업했던 학교는 학생 수가 줄어 한 반만 진행한다고 했다. 그래도 먼저 연락이 오니 고마운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하고 개인적인 지출을 줄여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에 많은 시간과 돈을 쓸 생각이다. 활발하게 다닐 수 있는 기간은 정말 운이 좋으면 최대 십 년 정도다. 올해 막둥이가 결혼하면 또 상황이 달라질 거라 괜히 나만 조급하다. 부모를 별로 애틋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살았는데 나이 먹으니 변한다. 할 수 있을 때 한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타이밍을 잘 알아채고 실행한다. 망하더라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후회가 없다.


작년 9월 베트남으로 떠난 첫 번째 가족여행을 진행하면서 내 생에 가족여행은 이것이 끝이라고 두 주먹을 부들거리며 다짐했으나 반년도 못 가서 번복했다. 아마 이번 여행도 그렇게 될 거다. 그리고 또 가겠지. 틀림없이 유한한, 물보다 진한 그것에 이끌려.





tempImagen8wCnn.heic 13년 전, 아빠와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이로부터 3년 후에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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