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보다는 빼기가 답이다
내 돈 주고 수세미를 사 본 경험이 거의 없다. 어머니 살아생전에는 사돈의 팔촌까지 전부 떠서 나눠 주셨다. 거기다 간간이 보험사에서 봉사 용품으로 가져다주는 수세미에 선물로도 들어오고, 주방용품에 덤으로 딸려오는 수세미까지 있다 보니 수세미 살 기회가 없었다. 결혼 18년 차, 남편의 물건이라고는 딱 한 번 여름 양말 사준 게 전부다. 수세미도 그랬다. 남편은 모든 물건을 직접 산다.
그러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수세미가 아쉬웠다. 봉사 용품이나 선물도 트렌드가 있는지 수세미를 구경할 기회가 줄어들었고 자연스럽게 수세미를 사게 되었다. 수세미는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있다. 난 가까운 생활용품점에서 쉽게 골라 사용한다.
수세미도 행주도 고무장갑도 어느 정도 쓰고 나면 떨어지지 않더라도 교체를 하는 편이다. 그래야 한다. 한 번씩 시골에 다녀올라치면 특히 혼자 사시는 연세 드신 분들의 경우엔 걸레든 수세미든 떨어질 때까지 쓴다. 심지어는 설거지를 할 때 수세미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오고, 걸레질을 할 때도 떨어져 나온다. 서랍 가득 새 상품을 쌓아두고도 그렇게 쓰신다. 절약정신이 몸에 밴 분들이라 쉽게 바뀌지 않는다.
첫째는 36살, 둘째는 39살 조금은 늦은 나이에 출산했다.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모유수유라는 말과 함께 두 아이 모두 두 돌까지 수유를 했다. 늦둥이여서일까!! 엄마품에 안겨 쪽쪽 소리와 함께 오물거리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모유를 끊어야 한다는 말에 아기 핑계를 댔지만 엄마 스스로 끊을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모유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르니 이유식을 먹지 않는 것이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영양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되도록 빨리 끊으라고 하셨고 급기야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렇게 몇 번의 경고성 멘트와 함께 모질게 맘먹고 모유 수유를 끊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아이 키울 땐 엄마 손에 물 마를 날이 없다. 씻기기, 손빨래하기, 청소 등으로 주부습진이 많이 온다. 나 또한 그랬다. 주부습진이 왔지만 수유 중이라 독하다는 피부과 약이 해로울까 싶어 근 2년 가까이 방치했다. 그러다 보니 주부습진은 점점 악화되었고 가려움에 긁을 때면 진물이 났다. 잠까지 설치며 눈물까지 흘렸다. 가려움의 고통이 어떤 거라는 걸 실감했다. 그래서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의 마음과 그 고통을 안다.
주부습진을 두고 병원에서는 공주병이라고 했다. 되도록이면 손에 물을 묻히지 말란다. 완치가 없단다. 설령 낫더라도 재발이 많단다. 집안일을 줄이고 설거지 2번 할 거 한번 하고 , 남편한테 시키고 또 몰아서 하란다. 그런데 이 모든 건 성격상 되질 않았다. 미뤄두지 못한다. 이런 며느리를 잘 아시는 어머니가 자주 오셨다. 심지어는 양파까지 손질해서 주셨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일을 하시게 되면서 내 몫이 되었다. 주부습진은 옮기지는 않는다는데 노심초사하며 수술용 장갑을 끼고 씻겼다. 여름에 덥기도 하고 가끔씩 맨손으로 씻길 때면 딸아이가 그랬다. "엄마, 손 다 낳았어? 보들보들해서 좋아!!" 라며 손을 얼굴에 가져다 대곤 했다.
모유만 먹었던지라 젖병이 부러운 아이들이다. 특히 둘째는 젖병 물고 있는 애기들이 제일 부럽다며 소원 이래서 유치원 때 젖병을 사줬다. 우유를 젖병에 넣어 세상없는 행복한 표정으로 먹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랫동안 모유를 먹어서인지 두 녀석 모두 마시는 걸 정말 좋아한다. 우유를 물처럼 마신다. 완전식품 우유라지만 일정량 이상은 좋지 않다는데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게 우유란다. 고2, 중2 남매가 줄기차게 먹어대는 우유, 하루에 1000ml 2개는 기본이다. 우리 집은 한꺼번에 6개씩 산다. 때문에 가격도 저렴한 것으로 잡는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뭐든 구매수에 제한이 있을 때였다. 마트 직원은 우유 사재기를 하는 줄 알았단다. 사재기할 겨를이 없다. 6개를 사더라도 3일을 넘기기 어렵다. 주로 아이들 어릴 때 많이 나간다는 우유값, 우리 집은 지금이 피크다.
그렇게 고질병이던 주부습진이 어떻게 나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짐작은 간다. 예나 지금이나 집안일하는 거 다르지 않고 먹거리도 다르지 않다. 바뀐 게 있다면 올케언니의 말을 듣고 고무장갑 교체 시기를 당겼다. 구멍이 나지 않더라도 3주에 한 번, 늦어도 한 달을 넘기지 않는다. 고무장갑도 뒤집어 자주 세척해주고 땀이 많은 여름에는 즐겨 쓰는 베이킹소다를 고무장갑 속에 살짝 넣고 쓴다. 보송하고 손도 한결 매끄러운 느낌이다. 현미차가 좋다고 해서 잠깐 마시기도 했다. 소소하게 시도는 많았지만 고무장갑 교체시기를 당기면서 확실하게 효과가 나타난 것 같다. 거짓말처럼 주부습진이 사라졌다.
나이가 들어감에 우리 몸도 하나 둘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물건도 마찬가지다. 특히 주방용품은 건강과 직결된다. 그래서 더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실 수세미와 행주가 일반 변기나 걸레보다 세균이 많게는 2만 배까지 많이 검출된 보고도 여럿 있다.
이 당근 모양 수세미 얘기를 하자는 것이 서론이 길었다. 이 당근 수세미는 어릴 적 앞뒷집에 살았고 지금은 인천에 사는 성순 언니네 갔을 때 선물이라며 받아 온 수세미다. 언니 부부가 손으로 하는 건 솜씨가 좋아 집안이 전부 수공예품들로 가득했다. 언니는 직접 뜬 수세미라며 당근 수세미와 무 수세미 여러 개를 챙겨줬다. 당근에 잎모양까지 예뻤다. 처음엔 설거지용으로 쓰다 지금은 싱크대 청소용으로 사용 중이다. 그런데 보기 좋으라고 붙인 초록의 당근 잎이 말썽이다. 닦을 때마다 이리저리 너풀거려서 사방으로 틘다. 얼굴에 세제 세례도 여러 번이다. 그 정도가 심해서 이제는 잎을 감싸 쥐고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불편하다. 수세미를 뜨거나 만드는 개인이나 회사에 말해주고 싶었다. 보기 좋은 수납보다는 사용이 편리한 수납이 답인 것처럼 보기 좋은 수세미보다 사용이 편리한 수세미가 좋다고 말이다. 수세미는 물 빠짐이 좋아야 곰팡이로부터 자유롭다. 당근 모양이라고 두 겹으로 입체감 있게 뜬 수세미는 건조되는데 한참이다. 당연히 세균 번식 우려가 있다.
옷걸이도 마찬가지다. 코칭을 간 일이 있다. 직장인이라 퇴근 후 저녁시간 몇 시간씩 며칠에 걸쳐 가르쳐주며 함께 정리하는 식이었다. 드레스룸부터 시작했다. 옷걸이를 미리 사놨다며 우르르 쏟아낸다. 옷걸이를 보는 순간 아쉬움이 물밀듯 밀려온다. 성인용 옷걸이 중에서도 작은 게다가 웬 기능은 그렇게 많은지... 옷걸이 목 부분은 회전이 되는 게 좋다. 그래야 편하다. 그런데 문제는 고객이 사놓은 옷걸이는 전체가 플라스틱인 데다 목 부분이 뱅글뱅글 제멋대로 돌아간다. 거기에 더한 최악은 고리 부분이 짧고 폭이 좁아 드레스룸 행거에 걸려면 힘이 들어간다. 그것도 상단 행거에 걸 때는 뱅글거리는 고리 부분으로 한 번에 걸기가 쉽지 않았다. 고객이 체격이 있는 데다 전부 정장이라 큰 옷걸이가 좋은데 옷걸이가 작아 겨울 외투는 어깨 부분이 쳐진다.
이 많은 애로사항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냥 쓰기로 했다. 포장을 전부 뜯어서 교체가 어렵다는 이유였다. 교환이 안되니 사용하다가 바꾸겠다는 거였다. 낭비를 부른다. 옷걸이도 단순한 게 좋다. 큰 외투도 걸 수 있는 크기에 목 부분 회전 정도면 충분하다. 물론 걸려는 옷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뭐든 단순해야 쉽다. 쉬워야 자주 쓴다. 수세미도 그렇다. 고정관념 속 흉내 내기보다는 가볍고 얇은 심플한 수세미가 좋다. 그런 수세미가 건강을 부른다.
무더운 여름 주의해야 할 게 있다. 식중독이다. 건강과 직결되는 주방, 곰팡이등의 세균 번식을 막고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작지만 현명한 수세미 선택부터 시작된다.
그나저나 언니의 정성이 담긴 당근 수세미 좀 더 쓰고 싶은데 그러려면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이 상황에서 불편함을 없애려면 초록 잎을 잘라내야 하는데 뭔가 마음이 쓰여 선뜻 가위를 잡지 못한다. 물건에 생명을 입혔음이다. 자르는 대신 바느질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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