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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찾는 포포맘 Jan 28. 2021

제왕절개 그 어리석은 죄책감


사실 나는 임신 기간 내내 특별한 이슈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왔다.

아기가 건강하게 잘 지내준 덕분에 먼 거리의 직장도 만삭까지 다닐 수 있었다.

역아도 아니었고, 내진했을 때 제 골반도 좋다고 했다.

산부인과에서는 아이가 너무 크면 낳기 힘드니 적당히 체중조절과 운동만 하라고 했고,

막달에 짐볼도 타고 계단도 오르고 운동만 열심히 했다.

부부교실에서 남편과 진통 자세 호흡법 등을 배우면서 정말 출산 준비를 열심히 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자연분만에 대한 준비였다.

나는 제왕절개라는 걸 사실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실제 의 분만 과정은 상황이 달랐고,

촉진제를 맞아도 진통만 심할 뿐 아기는 내려오지 않았고 점점 심박동이 위험해졌다.

내가 머릿속에 그려왔던 분만 과정과는 점점 멀어졌고,

결국 는 수술을 했다.

그렇게 우리 아기 포포는 태어났다.





분만수술 후 마취 각성 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 잤고,

덕분에 새벽 내내 아기한테 미안한 마음으로 엉엉 울었다.

왜 그랬을까?

나는 그냥 자연분만 못한 죄인이 된 것 같았다.



분만하고 순식간에 달려온 부모님들은 모두 같은 질문이었다.

"왜 수술한거야?"

그렇다. 부모님들도 당연히 자연분만을 할 것이라 생각하신 것 같다.

조금 나아졌을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자연분만만 이야기하고 당연하게 여긴다.

물론 나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부질없는 생각이다.

자연분만, 제왕절개 둘다 분만의 방법일 뿐이다.

산모와 아기 둘 다 건강한데 왜 분만방법 하나 때문에 나는 울었을까?

지금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제왕절개를 하면 무언가 아이에게 좋은 걸 못해준다는 마음 때문인 것 같다.



사회 분위기나 우리가 어릴 때부터 배워오고 들어오던 이야기에는

마치 모든 엄마는 자연분만을 해야 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자연분만을 할 수 없는 상황도 있고, 분만 방법도 선택할 수 있는 것인데

마치 자연분만을 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 같은 생각이 나도 모르게 박혀 있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보니 자연분만과 제왕절개는

정말 분만 방법의 차이일 뿐이더라.

진통도 해 보고, 수술도 했기에 그 두 가지 고통을 알고 있다.

자연분만 너무 무섭고 아프다.

수술이라고 쉬울까? 수술도 아프고,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아이 낳는 건 순간일 뿐이더라.

하루하루 아기를 키우며 어리석은 죄책감을 바꿔나갔다.

우리 포포는 이렇게 조금 더 빨리 세상에 나오고 싶었구나!

엄마, 아빠를 빨리 만나고픈 마음에 이렇게 나왔구나!

조금만 생각을 바꾸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는 꼭 이야기해 주고 싶다.

분만은 엄마가 하는 것이라고...

여기저기서 그 선택에 뭐라고 이야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실제로 자연분만이나 수술 모두 다 쉽지 않은 과정임을 알아주시길...

어떤 방법으로 아이를 낳든 아이와 산모 둘 다 건강한 것이 최선의 선택임을 잊지 말자.

그리고 나처럼 어리석은 죄책감도 갖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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