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장 안 어울리는 말이 바로 '전업주부'라는 말이다.
전업주부라는 말의 뜻을 살펴보니 다른 직업에 종사하지 않고 집안일만 전문으로 하는 주부를 말한다고 한다. 세상에나! 집안일만 전문으로 하는 주부라니! 내가 제일 못하는 거다.
요즘은 전업맘, 워킹맘 이런 식으로 나눠서 부르기도 한다. 전업아빠, 워킹아빠라는 없으면서 왜 엄마들에게만 이렇게 같다 붙이는지 참 마음이 그렇다.
남자는 바깥일 하고 여자는 집에서 애를 봐야 한다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 나도 결혼 전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해서 직장생활을 했으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결국 퇴사를 했지만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집에서 일을 하나, 밖에서 일을 하나, 말 그대로 일대신 집안일만 하는 사람도 엄마라는 이유로 나눠서 불려지고 있다.
육아, 집안일 이런 건 당연히 엄마가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까? 유난히 엄마들이 더 죄책감을 많이 가지고 또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도 그렇다. 엄마가 어떻게 하길래 애가 아프냐고, 아이가 왜 이러냐고 탓할 때도 많다. 그런데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엄마만 애 보는 거 아니라고, 그리고 엄마라고 무조건 집안일을 잘하는 거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다.
집안일과 육아를 노동의 시간으로 계산해 보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사실 집안일과 육아에는 퇴근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한 야근에 주말 특근에 쉬도 때도 없이 해야 한다. 아파도 힘들어도 계속해나아갸하는 노동의 연속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그것을 돈으로 달라고 얘기하지 않고, 노동이라 생각하지 않고 묵묵하게 해 나간다. 이렇게 성실한 직원이 세상에 또 어디에 있겠는가!
누군가는 그런다. '엄마라는 거 네가 선택한 거잖아.'
맞다. 하지만 아이는 여자 혼자 만들 수 없다. 아이에게는 엄마만큼 아빠의 존재도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모든 육아와 집안일의 중심에서 여자들의 존재만 부추기는 것일까? 조금씩 우리가 달라져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주부'라는 말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리고 집에서 살림하는 것에도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이들 먹이고 입히고 살림하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중요한 일인지, 전업주부가 있기에 일하는 남자도 마음 편히 밖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 자신에게 더 당당해지자! 그리고 쉴 때 쉬고, 휴식이 필요할 땐 주부파업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