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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한 김변리사 Oct 07. 2019

특허 초격차(超格差) 전략, 모르면 거꾸로 당하게 되는

변리사로서 지난 10여년간 특허 하나만 파고 고민한 결과로 '특허 초격차 전략'을 생각해냈다. 특허 초격차 전략은 '경쟁자가 감히 넘보거나 쫓아오지 못하도록 대규모의 특허로 장벽을 치는 전략'이다. 스타트업의 5년 생존율이 27%라고 한다. 사업 아이템이 시장과 동떨어진 문제도 있겠지만, 5년이라는 시간을 보면 대부분의 원인은 결국 무한 경쟁이다. 그렇기에 27%의 생존 기업은 적어도 이 전략에 대한 개념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전략을 모르면 거꾸로 당하는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특허 초격차 전략을 설명하기에 앞서 '초격차' 전략을 먼저 설명하겠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20만부나 팔린 이 역작을 당연히 읽어봤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혹시나 그렇지 못한 사람을 위해서 간략하게만 설명하고 넘어가겠다. 이미 읽어봤다면, 스킵하고 중간 부분의 "격의 차이를 견고화하고 지속가능하게, 특허 초격차 전략부터 읽어도 좋다.



권오현, 초격차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이다. 각자의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이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 내에서 오너 일가가 아님에도 회장 자리까지 오른 신화적 인물이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그이다.



권오현 회장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하면서,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반도체 사업부 사장, DS총괄 사장을 거쳐 2017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그의 지휘하에 2017년부터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산업 글로벌 1위 기업에 오른다. 현재는 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직을 맡으면서 경영자문과 인재육성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반도체 시장은 미국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1980년대 PC가 보급됨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의 사용량이 급증하게 되면서, PC 산업과 반도체 산업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선순환의 환경이 조성된다. 이 때 일본의 선진 기업들이 반도체 산업에 진출하여 시장을 점령하고 70%의 점유율을 기록한다. 삼성전자는 1983년에 이르러서야 반도체 산업에 진출한다. 그리고, 2000년까지 반도체 시장에서는 20여개 이상의 기업들이 무한 경쟁의 치킨 게임을 벌였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의 여파로 인하여 삼성전자도 적자를 내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 권오현 회장은 메모리 사업부까지 맡게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이익을 내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민 끝에 지금까지 해왔던 끊임없는 노력과 개선만으로는, 즉 경쟁자를 '조금 앞서온 방법'만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 그는 경쟁자가 '쫓아올 수 없는' 초격차 전략을 구사하기로 한다.



절대 경쟁력, 경쟁자가 쫓아올 수 없는 초격차 전략



초격차 전략을 실행에 옮기면서, 그는 연구개발 목표 설정 및 방식, 제조라인의 운영과 시스템, 인프라, 일하는 방법, 문화 등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개선(즉, 조금 앞서는)은 부분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혁신(즉, 앞서나가는)은 모든 부문이 동시에 진행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제조팀과 기술팀을 분리해 매트릭스 조직 형태로 만들면서 사일로화된 생산 라인을 통합하여 하나의 큰 라인으로 바꾸었다. 경험 많고 유능한 인재들을 다른 부서에 배치하여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하였다. 개발 부서의 목표 선정도 변화시켜, 이미 확보한 기술에 근거하지 않고 과감한 신기술과 신공정 도입, 새로운 개념의 설계를 시도한다.*



그가 말하는 초격차는 비교 불가한 절대적 기술 우위와 끊임없는 혁신, 그에 걸맞도록 구성원들의 격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비교대상을 거부하고, 기술은 물론, 조직, 시스템, 공정, 인재 배치,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격(格, level)'을 높이는 것이 그가 말하는 초격차 전략의 진정한 의미이다.



그의 초격차 전략은 3D NAND 플래시 메모리 프로젝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고, 결국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수년이나 앞서 3D NAND 플래시 메모리 기술을 완성시키며, 대용량 SSD(Solid State Drive) 저장장치 시장을 만들어 주도하게 된다. (비록 2019년 반도체 산업 글로벌 1위 자리를 인텔에게 다시 내주고 말았지만) 현재 SSD 저장장치 시장 규모는 USD 30 billion 수준이며(2024년까지 USD 60 billion으로 상승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3D NAND Architecture


시장에서 나의 제품과 서비스는 다른 기업의 유사한 그것과 항상 비교된다. 비교 결과 어떠한 점이 다른 기업에 비해 차별화되어 있다거나 강점이라거나 우월하다거나 월등하다고 평가되면, 우리는 그것을 들어 다른 기업에 비하여 경쟁우위에 있다고 말한다. 전통적인 마이클포터의 경쟁우위전략은 산업구조의 분석 결과와 경쟁우위 및 경쟁범위 요소에 따라 원가우위 전략, 차별화 전략, 집중화 전략을 제시한다. 여기서 경쟁우위의 근원인 원가우위, 차별화 또는 집중화가 기업이 보유하는 기술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 그와 같은 경쟁우위는 특허 확보를 통해서 지속가능(sustainable)하다.



격의 차이를 견고화하고 지속가능하게, 특허 초격차 전략



특허 초격차 전략은 이 같은 인식에서 출발하는 개념이다. 특허를 통해서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경쟁우위를 갖춘 범주와 영역을 계속적으로 확대해 나감으로써, 비교 불가한 '절대적인 특허 경쟁력'을 갖추는 것, 즉 어떠한 기업도 감히 넘볼 수 없는 특허 진입 장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특허 초격차 전략은 격의 차이를 견고화하는 도구로 특허를 활용하는 것이다.



특허는 독점을 가능하게 한다. 이 독점을 가끔 특정 '시장(market)'에 대한 독점으로 오해하는 경우를 본다. 또는, 이 독점을 매우 자주 특정 '과제(problem)'에 대한 독점으로 오해하는 경우를 본다. 전자의 경우는 예를 들어 세계 최초의 제품을 만들었다고 스스로 믿는(?) 이들에게서 나타난다. 후자의 경우는 예를 들어 (기본 사양의 제품은 시장에 이미 존재하지만) 확장된 기능이나 성능을 갖춘 제품을 만든 이들에게서 나타난다. 물론, 시장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또한, 특정 과제의 해결책이 유일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론적으로, 특허는 특정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구체적인 '수단(solution)'에 대해서 받을 수 있으며, 독점도 이 같은 '수단'에 대하여 주어지는 것이다. 괜찮다. 특허 회피가 너무 쉬운 거 아니냐며 실망할 것 없다.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특허 초격차 전략은 경쟁자와의 격차를 견고히 하는 것으로서, 제로투원, 블루오션 등과 같이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프론티어에게 더욱 효과적이다. 프론티어에게도 잠재적 경쟁자나 대체재의 위협은 존재한다. 친숙한 사례를 들어보자. 사실상 스마트폰 시장을 만든 것은 애플이었다. 2007년 6월 29일 아이폰이 판매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렇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여러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또는 기타 운영체제를 갖춘 다양한 스마트폰들을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8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에서 삼성전자가 19%로 1위를 차지했으며, 애플은 약 13%로 2위를 기록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독점 시장은 없다. 각자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스마트폰들이지만, 기본적인 통화 및 앱(App) 설치 기능부터 사용자 경험, 편의성, 성능 개선 등의 목적 하에 (세부적으로는 다르지만) 대개 유사한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또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면서도, 그 접근법, 방식, 해결책 측면에서는 서로 다른 차이가 있다. 그리고, 애플은 이러한 작은 차이들에도 주목했고, 특허를 통해서 단독 소유화하면서, 결국에는 고유의 아이덴티티(identity) 또는 브랜드(brand)와도 연계시킨다. 애플은 그렇게 하나하나 특허를 받아가고 있다(Patently Apple 참조). 라이트닝 커넥터를 비롯한 비표준화 전략도 독자성 추구를 지향하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확보한 특허들은 애플의 프리미엄화(명품화) 전략을 뒷받침한다. 애플에 로열티를 갖춘 사용자들에 대한 락인 효과도 발휘한다. 필자는 스와이프 제스쳐(swipe gesture)를 통한 뒤로가기 기능으로 인해서 되도록 아이폰을 계속 사용하려고 한다. 이것에 익숙해진 나머지, 다른 제조사들의 스마트폰은 필자에게 (개인적으로는) 불편한 제품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다른 제조사들이 뒤로가기 기능에 스와이프 제스쳐를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드로이드의 뒤로가기 방식이 이와 다를 뿐더러, 애플의 특허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이에 힘입어 애플은 사치품 수준의 가격 정책을 자신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로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영업 이익의 대부분(무려 90% 이상)은 애플이 싹쓸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허 초격차 전략을 위한 특허들은 내 제품 또는 서비스의 핵심적인 요소(key components)와 관련된 것들이어야 한다(뒤로가기에 대한 각자의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고객에게 필요한 value를 제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또한, 고객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게끔 하는 요소들 말이다. 그래야 경쟁자로부터 조금 앞서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가 감히 쫓아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진입장벽이 무너지고 경쟁자 간의 격차가 사라진 시장을 한 번 상상해보자. 저 가운데서 경쟁자를 제치고 쉽게 픽될 수 있을까?





그럼 이번에는 경쟁자와의 초격차가 구축된 경우를 상상해보자. 비슷한 척 흉내내고 있지만, 시장은 우리를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초격차가 만들어진 경쟁우위의 요소마다 특허를 확보해두었다면, 경쟁자가 우리를 감히 넘본다거나 쫓아오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 권오현, "초격차 전략", 초격차, 쌤앤파커스, 2018.09.10.

** Mordor intelligence

*** Gartner



홈페이지: www.We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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