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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리 Oct 21. 2024

부모


  나는 음치다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게 공포스럽다

 어쩌다 아는 사람들과 노래방에 가면 부를 노래가 없다

아는 노래는 많고

좋아하는 노래도 많은데

자신 있게  부를 만한 노래는 깜깜하게 생각나지 않는다

노래가 나를 피하는 느낌?

할 수 없이 불러야 할 때 둥 둥 띄워 놓은

분위기를 식히는 노래는 부르고 싶지 않다

그런데 말이야~~

ㅋㅋ

나는 숙연한 노래를 부르고 말았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니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 알아보리라


높은 음도 없고

특별히 어렵지도 않게

무난히 부를 수 있는 몇 개 되지 않는 노래

김소월의  부모라는 시노래로 만들어 주신 분께 감사드리고 싶다

자식은
부모를 선택할 수가 없다

태어나 보니

떡 하니 아부지 엄마라는 사람이 정해져 있더라

언제부터인가 부모님이 많은 부분이

실망스러웠다

군대식으로 자식을 길들이고 싶어 하는 아부지

자기 뜻대로 명령조로 권위를 내 세우는 아부지가

숨 막혔다

집에는 늘 산소가 부족했다

엄마는 한 술 더 뜨는 사람이었다

자식들을 일꾼처럼 부렸다

어린 딸들에게 돌아가며 설거지를 시켰다

고사리 손으로 쌀을 씻어 밥을 하거나

겨울에 얼은 손을 호호 불며 설거지를 하는데

남들이 애처로워했다

자발적으로 엄마를 도와 즐겁게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을까?

나는 그런 것에 분노했다

일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동정받는 시선이 싫었다

밖에 나갔다가 집에 가기 싫었던 적이 많았다

푸근하게 기대고 싶은 사람이 없었다

마음에 구멍이 뚫렸다

깊은 우울과 슬픔이 나의 정서였다

그러니 어떻게 노래를 잘 부를 수 있겠니?


부모님과 살면서 싫다고 느꼈던 것

내가 부모 되어서 절대 하지 않았다

설거지 따위는 시키지 않았고

아이들을  외가집에 보내지 않았고

책도 많이 읽어주고

영화도 많이 보여주고

공부하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많이 웃고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했다

ㅋㅋㅋㅋ

내가 부모 되어 알아보니

자식은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존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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