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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리 Oct 17. 2024

기억해

그날을

나의 첫 기억은 일곱 살 부터 시작된다

하동군 옥종면 양구리

외가집에 있던 나

가고 싶어 간것이 아니다

군인이셨던 아버지의 근무지이동으로

이사 준비로 바빴던 부모님은

막내이모를 불러 이사가 끝날 때까지

외가집에 맡긴것이다

그 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많은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아쳤다

익숙한 가족들과 갑작스럽게 헤어져 낯선 곳에 온 어린 나는 많이 울었다

당황한 외할머니는 조금 만 있으면

엄마가 데리러 온다고 했다

몇 밤 자면 온다는 말을 듣고

외가집 돌담너머 보이는 버스를 기다렸다

어디서 오는지도 모르는 버스지만

 엄마가 버스를 타고 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엄마는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다

나의 하루는 지루함 외로움

우울함 분노로 얼룩졌다

외가집 근처에 사는 동네 어린아이들은

이미 자기들끼리 잘 놀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나를 끼워주지 않았다

나는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 볼 뿐

다가서지 못했다

그들이 하는 소꼽놀이 술래잡기를 하고 싶지도 않았던 나는 너무나

심심해서 이모가 읽는 여성 잡지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림을 보다

나중에는 차츰 차츰 글을 깨우치기 시작했던것 같다

여덟살이 되어서 입학을 위해

가족들이 이사 한 안동으로 갔을 때

엄마는  학교 가기 전 한글을 깨우치게 하려고

바둑판 같은 노트에

ㄱㄴㄷㄹㅁㅂㅅ~

이런 것을 쓰게 했으나

나는 이미 읽고 쓸 줄 아는 단계였다

외할머니는 나를 특별대우 하느라

외할아버지와 겸상으로 밥상을 차려 주셨다

흰 쌀밥에 반찬도 더 많았으나 밥 맛도 없고

여전히 많이 칭얼 거렸다

그때 할머니는 자꾸 울면

외가집 뒤 대나무밭에 사는 호랑이가

나를 물어 갈 것이라고 심한 공포감을 조성했다

나는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

대나무밭에 사는 호랑이들에 대해서~


이후 안동에 와서 가족들과 살 때도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난다

대나무밭에 사는 호랑이가

할머니를 물어 갈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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