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기도하겠습니다

by 이상현

#76 기도하겠습니다

누군가 아플 때 기도를 합니다. 종교를 가지고 있든 없든 기도합니다. 하느님에게, 하나님에게, 예수님에게, 부처님에게 자신이 믿는 종교에 따라 지향하는 대상은 달라지지만 기도를 합니다. 종교가 없는 사람도 기도합니다. 누구에게 하는지 모르지만 기도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지요. 그냥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기도일 수도 있지요.


아프고 힘들어하는 이에게 자신이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기도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꼭 신을 믿어야 기도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마음이 아프거나 몸이 아픈 사람에게 주위에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지요. 직접 치료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모두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무언가 전하려 합니다. 그것이 “기도하겠습니다”라는 표현으로 나오지요.


시대가 달라지고 언어가 발달하여 그 상황에 맞는 단어나 표현이 새로 나올지 모르지만, “기도하겠습니다”는 고마운 표현입니다. 누군가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는 마음이 고맙습니다.


구십이 넘으신 아버지께서 오늘 고관절 골절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노인의학을 전공하는 아들은 가능한 나이 들어 아픈 것은 큰 수술하지 않고 받아들이자는 입장이지만, 고관절 골절은 달리 선택이 별로 없지요. 수술하지 않고서는 통증도 해결이 안 되고 일어날 수 없으니 누워 있는 상태에서 점차 기력이 나빠지거나 욕창이나 감염이 생기기도 하지요.


입원 첫날 잘 주무시고 식사도 잘하셨던 아버지는 수술 전날 섬망 증세로 같은 병실 환자들을 꼬박 잠 못 자게 하셨습니다. 다행히 수술을 무사히 잘 마치고 깨어나셔서 편안한 미소를 띠시더군요. 하지만 퇴근 전 다시 들른 아버지의 손에는 억제대가 묶여 있습니다. 수술 전후 섬망 증세는 중환자실에서 어르신에게 흔하게 일어나지요. 노인의학 교과서에는 억제대를 가능한 하지 말라고 쓰여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러하기가 쉽지 않지요. 낙상 사고의 위험을 피하고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아버지에게 골절된 다리 사진과 오늘 수술한 사진을 보여드리고, 중환자실에서 상태를 보아야 한다고 다시 말씀드립니다. 수술하자마자 집에 가고 싶어 하는 아버지는 아기와 같아 보입니다. 아버지에게 골절된 뼈가 붙기에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한지 다시 말씀드립니다. 내일도 다시 말씀드려야지요.


살면서 일어나는 상황을 나이만큼 받아들이면 될까요. 연세가 90세 어르신에게 일어난 일은 90% 그대로 받아들이고, 70세이면 70% 받아들이고... 삶이란 것이 그렇게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정도 마음으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판단하면 되지 않을까도 싶습니다.


잘 이겨내시길 기도합니다. 그것밖에 할 것이 없으니까요. 아니 그것이 할 수 있는 전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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