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박씨를 물고 오지 않아도 돼.
새가 떨어졌습니다. 나무에서.
새는 날개가 있으니 하늘을 날지,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지요. 하지만 나무에서 원숭이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더군요.
축령산과 서리산 철쭉동산을 지나 하산하는 길이었습니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산에 온 가족들이 뭔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뭐를 찾고 계세요?” 물어보니, 새를 찾는다고 하더군요. 집에서 기르던 새를 가지고 왔나 했습니다. 그게 아니고 나무에서 새가 떨어졌다고 하더군요. 가만히 보니 아주 작은 새가 풀밭에서 나오더군요.
함께 산행한 대학 동기 형이 조심스럽게 아기 새를 두 손으로 들었습니다. 이 형은 전에도 나무에서 떨어진 직박구리 아기 새를 집에서 키웠던 적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나무에서 떨어진 아기 새는 결국 살기 어렵다고 해요. 함께 등산했던 친구들이 모두 고민에 빠졌지요. 그래도 그 새를 두 손에 들고 있는 형이 새를 키워본 경험이 있으니 정 다른 방법이 없으면 그 형 집에서 또 키워야 하나 싶었습니다.
손 안이 따뜻했는지 아기 새가 편안해하더군요. 하산길 남은 간식을 마저 먹으려 쉬는데 그 형은 함께하지를 않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기 새에게 물을 먹입니다. 그러려니 했는데 그 새가 기운을 차렸는지 활기차게 날갯짓을 하고 뛰어다닙니다. 아직 잘 날지는 못하지만 나무를 타고 올라가더군요. 적당한 높이의 나뭇가지에 올라가더니 자리를 잡습니다. 신기해서 사진 찍는 저에게 모델이 된 양 포즈를 취하며 쳐다 봅니다.
나무에서 떨어진 아기 새를 돌봤던 형의 성이 박 씨입니다. 찾아보니 이 새는 박새 같습니다. 박새는 앞가슴에 넥타이를 맨 것 같은 까만 무늬가 있다고 하는 것 보니 박새가 맞는 것 같아요. 박 선생이 박새를 살려줬으니 박씨를 물고 오지 않을까요.
아기 박새가 조금 일찍 독립을 하게 되었는데, 오늘 밤 무사히 넘기고 잘 자라길 바랍니다. 박씨 물고 오지 않더라도, 이 숲에서 잘 살아가면 그것이 박씨보다 더 귀한 박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