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잠꼬대하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우리 집 강아지는 자면서 잠꼬대를 자주 합니다. 처음에는 깨어 있나 해서 쳐다보면 깊게 잠이 들어 있는데 자면서 가볍게 낑낑대며 짖거나 으르렁거리면서 잠꼬대를 합니다. 아마도 꿈을 꾸고 있나 봐요. 자면서 어떤 꿈을 꾸는지 궁금하기도 하지요.
꿈을 꾸고 잘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저처럼 자고 일어나면 꿈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요. 기억의 측면에서 잠과 꿈은 참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공부를 잘하려면 잠을 줄이고 깨어서 공부시간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당오락(四當五落)이란 말이 있지요. 4시간을 자면 시험에 붙고, 5시간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인데, 정말 그럴까요? 기억의 세계를 이해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잠이 드는 시간에 우리 몸은 전부 휴식을 취하지요. 하지만 잠이 들면서 우리의 뇌는 쉬지를 않고 시작하는 일이 있습니다. 뇌는 하루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지요. 우리 몸이 잠들기 시작하면 뇌는 영화를 틀기 시작합니다. 하루 동안 우리 눈으로 찍은 동영상들과 낮 동안 우리 귀로 들었던 소리 파일을 자면서 혼자 즐기지요. 재미있는 장면을 보고 혼자 웃고 있을지, 슬픈 장면을 보고 혼자 눈물을 지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뇌는 낮에 보고 들은 것을 자는 시간에 다시 보며 취사선택을 합니다. 기억할 것과 버릴 것들을. 그래서 충분한 잠을 자지 않은 경우 기억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는 대학교 다닐 때 시험이 오후에 있는 경우, 십 분이나 이십 분 정도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는 적이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시험 직전에 자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참 태평하게 잠이 오는지 의아해했습니다. 저의 경우 공부를 마지막 순간까지 하다 시험을 보러 가면 제 머릿속에서 정리가 하나도 안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잠시라도 쪽잠을 자면 머릿속이 정리된 느낌으로 시험 점수가 오히려 잘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는 단순히 잠이 주는 휴식의 효과로 생각했는데, 뇌와 기억을 공부하다 보니, 잠이 가지는 그 이상의 효과가 있었던 것이지요. 잠을 자야 뇌는 그동안 입력했던 정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 날 있었던 것을 자는 동안 꿈을 꾸면서 뇌가 재생하는 것은 동물실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고 해요. 쥐의 뇌에 전극을 넣어 반응 부위를 검사해 보니, 쥐가 깨어 있을 때 작용했던 뇌의 부위가, 자고 있으면서 꿈을 꿀 때도 같이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즉 깨어 있을 때 보고 들으며 활성화된 뇌 부위가 자는 동안 꿈을 꾸면서 한 번 더 복습하는 것이지요.
공부할 때 그냥 쭉 읽어 본다고 기억이 되지 않습니다. 수업 한 번 들었다고 기억이 되지도 않습니다. 기억하려면 복습을 해야 하고 정리를 해야 하지요. 그런 복습과 재생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잠입니다. 그러니 기억을 잘하려면 적절하게 잠을 자야 하는 것이지요.
그럼 잠을 충분히 잘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할까요? 잠이란 외부 세계의 자극을 차단하고 자기 내부 세계로만 들어가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소음과 빛을 차단할 때 깊은 내부 세계인 잠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실험에 의하면 꼭 깊은 잠을 자지 않더라도 소음이 없는 조용한 곳에 눈을 감아 빛을 차단하면 잠을 자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하지요. 뇌는 정보를 받아들일 때와 정보를 정리할 때를 구분하는 것 같습니다. 낮 동안 여러 상황에서 많은 정보를 접한 뇌는 조용하고 어두워 정보를 더 받아들일 필요가 없을 때 정보를 정리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공부를 잘하려면 정보를 입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뇌가 정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잠의 형태이든 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고 휴식을 하는 형태이든 뇌가 정리할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기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니 수험생을 둔 부모님들께서는 자녀들이 너무 잠만 잔다고 혼내지 마시고, 이제 잠 안 자는 학생들을 자라고 또는 쉬라고 하셔야 합니다. 자녀가 시험을 잘 보길 원한다면...
이제 저도 글을 그만 쓰고 잠을 자야겠습니다. 자다 보면 좋은 글감이 생각날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지금도 소파에서 잠꼬대하고 있는 우리 집 강아지는 자면서 무슨 기억을 정리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