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한 만큼 출력하세요

by 이상현

굉장히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이상했습니다. 그와 나의 차이가 무엇일까?


수련을 마친 후 연구강사로 일하게 되었을 때, 가장 존경하는 선배 교수의 왕성한 활동과 성과들을 보고 어떻게 그렇게 해낼 수 있을까. 항시 궁금했습니다. 그와 나의 차이는 크지 않았지요.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획 등 단지 머릿속 생각으로만 볼 때는…….) 그 선배 교수를 곁에서 유심히 살펴본 결과 차이는 '출력'이었습니다.

항시 머릿속 생각 수준에 머무르는 저와 달리 그 선배는 생각이 나면 입력하고, 더 중요한 것은 입력한 것을 종이로 출력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일이 진행되고, 성과물이 나오는 것이었지요. 연구강사로 그 선배 교수에게 배운 가장 큰 가르침은 바로 그것, 출력이었습니다. 그 후에 만난 성과를 내는 많은 사람의 특징을 살펴보니, 출력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기억의 세 과정은 입력 저장 출력으로 나뉩니다. 우리가 무엇을 읽고 듣는 입력 단계는 주로 뇌의 중간 뒷부분에서 이루어집니다. 귀가 있는 부위에 뇌의 관자엽(측두엽)이 있어 언어 중추 역할을 하지요. 눈으로 보는 것은 뇌의 가장 뒷부분인 뒤통수엽(후두엽)에서 다룹니다. 뇌의 뒷부분에서 주로 입력되었다가 장기 저장이 필요하면 뇌 전체에 나누어 뿌려지며 저장되지요. 그러면 저장된 기억을 출력하는 부위는 어디일까요? 출력은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저장된 것을 끄집어내는 인출의 개념이 맞을 텐데요. 이 기억 인출을 하는 주 장소가 뇌의 앞쪽 이마엽(전두엽) 부분입니다. 즉 뇌의 중간 뒷부분으로 정보가 입력되어 뇌 전체에 저장되었다가 뇌의 앞부분에서 저장된 것을 끄집어 출력하는 것이지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본다는 것은 가장 대표적인 입력 과정이지요. 하지만 읽거나 본 후 기억이 잘 나시나요? 심지어는 이미 본 영화인지 잊고서 다시 비디오를 빌린 적은 없으신지요. 감명 깊게 읽은 책에 대해 누군가 어떤 책이냐고 물으면 내용에 대해서는 한마디 대답 못 하고 "그냥 참 좋은 책이야"라고 얼버무린 적은 없는지요.


<레버리지 리딩>의 저자 혼다 나오유키는 독서에서 입력보다 독서 후 출력의 중요성과 그 실천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독서를 할 때 책의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고 페이지 모서리를 접어놓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후 중요한 내용을 컴퓨터에 입력하여 종이에 출력하고, 그 출력물을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들여다보고 반복하여 읽어 자기 것으로 만들라고 하지요. 이것이 그가 말하는 1만 원짜리 책을 100만 원으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단순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실천하느냐 안 하느냐입니다. 즉 책을 읽기만 하느냐 메모하고 출력하느냐의 차이는 아주 작은 차이지만 결과는 책을 읽은 후 책 제목만 겨우 기억하는 사람과 책의 내용을 자기 것으로 체화하여 쉽게 끄집어낼 수 있는 사람의 차이로 만들지요. 이제는 굳이 종이로 출력하지 않더라도 에버노트 등에 기록한 후 스마트폰 등에서 언제든지 다시 들여다볼 수도 있지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계속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는 학습 조건을 가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수학이나 물리 문제 등을 풀다가 잘 모르는 경우 공부 잘하는 친구에게 묻게 되지요. 그런 문제는 보통 다른 친구들도 잘 모르니 공부 잘하는 학생은 시험 준비 기간에 주위 친구들로부터 그 문제를 몇 번 다시 풀면서 가르치게 되지요. 그렇게 일반 학생들이 틀리기 쉬운 문제가 시험에 잘 나오게 됩니다. 그 문제를 가르쳐 준 학생은 당연히 그 문제를 잘 풀게 되고, 그 문제풀이를 배운 친구는 배운 문제가 나와 좋아하다가 가끔 실수해서 틀리기도 하지요. 선생님이 학생들보다 많이 아는 이유는 많이 공부해서이기도 하지만, 자기가 공부한 것을 가르쳐서입니다. 친구들에게 가르치는 학생은 학생이 아니라 어느덧 선생이 되어 있는 것이지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는 2003년 '좋은 아버지상'을 받은 만큼 아홉 명의 자녀도 잘 키웠다고 하는데요. 그의 자녀 교육법이 궁금한 기자에게 그는 이렇게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자녀에게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부모에게 가르쳐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아이들은 배운 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의무가 주어지면 더 배움에 집중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수업을 듣고 있는 동안 멍하니 입력 시간만 보내고 있는 학생과 나중에 가르칠 것을 생각하고 수업을 들은 후 타인에게 실제로 배운 것을 가르치는 출력 시간을 가지는 학생과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나겠지요.


가장 효율적인 공부 방식은 가르치는 것입니다. 피터 드러커도 "지식노동자는 스스로 그것을 타인에게 가르칠 때 가장 큰 배움의 효과를 얻는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즉 어떤 형태로든 출력하는 습관이 학습에 있어서 중요합니다. 정 가르칠 대상이 없을 때는 집안에 강아지나 인형 등을 앞에 놓고도 가르치는 습관을 지녀보세요. 종이에 쓰거나 컴퓨터에 입력하지 않더라도 입으로 중얼거려 보고, 손가락으로 써보기라도 하면서 학생이 아닌 선생이 되어 보세요. 그러면 앞쪽 뇌는 저장된 것을 찾아 출력하려 애쓰면서 기억의 완성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제 입력만 하는 인간이 되지 말아야 합니다. 입력만 해서는 단지 읽었거나 보았다는 자기만족에 불과한 단계입니다. 문제는 그 입력한 정보를 앞쪽 뇌를 통해 끄집어내는 출력을 하느냐 안 하느냐 입니다.

이제 저도 출력을 마쳤으니 다시 출력 거리를 채워 넣으러 떠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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