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전생에 뭘 했길래
우리 집 강아지를 보면 부럽습니다. 전생에 무슨 큰일을 했길래 저리 편하게 살까. 나라를 구했나. 가만히 있으면 집사가 먹여주고 씻겨주고 똥오줌 치워주고....
후생이 있다면 주인 잘 만난 반려견으로 태어난다면 원이 없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지구상의 어느 생명체 중 자신의 먹을 것과 잠자리를 스스로 준비하려 애쓰지 않는 반려견과 같은 존재가 있을까요. 하는 것이라고는 하루의 대부분을 자는 것밖에 없는데 조금만 잘하면 칭찬 듣지요. 패드에 오줌 누우면 오줌 잘 가린다고 칭찬받고, 밥을 깨끗이 다 먹으면 밥도 잘 먹는다고 칭찬받고.... 열다섯 살 되어서 그런 것으로 칭찬받는 생명체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전제가 있지요. 집사를 잘 만난 경우에 한정되지요. 삶이 고달픈 강아지나 고양이도 참 많겠지요.
오늘 삼천사 입구에서 하얀 강아지를 만났습니다. 자동차 유리창에 몸을 내밀고 삼천사 찾는 사람들을 웃음으로 맞이하고 있더군요. 미소가 자연스레 나올 수밖에 없겠지요. 자동차 타고 드라이브까지 시켜주는 집사를 만났으니 인생, 아니 견생 제대로 핀 것이지요.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구나.
삼천사 주위를 둘러보고 나오는데 이번에는 절 담벼락 위에 흰 생명체가 낮잠을 널 부리게 자고 있었습니다. 담벼락에 그려진 부처님 머리 위에서 저리도 편하게 낮잠을 즐기는 존재는 이 절에 저 흰 고양이, 아니 작은 백호(?)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인생 아니 묘생이 그래도 쉽지 않았는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인지 흰 털이 다소 거칠어 보이지만, 누가 감히 부처님 머리 위에서 낮잠을 저렇게 잘 수 있겠어요. 혹시 주지 스님이 보시고 어서 내려오라고 혼내기라도 할까요. 감히 부처님 머리 위에서 자고 있다고. 아니면 귀엽다고 먹을 것부터 챙길까요.
그러고 보니 조금 전 들렸던 진관사에서도 작은 돌부처 위로 자라고 있는 소나무를 보았습니다. 돌부처보다 오히려 소나무가 산세와 어울려 돌부처보다 더 주인공처럼 멋지게 자리 잡았더군요.
모두 저리 자유로이 살고 있는데, 인간은 뭐 그리 머리 위에 많은 것 모시고 사는지. 강아지도, 고양이도, 소나무도 다 저리 자기 삶을 살아갑니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 하니 저도 그렇게 살아야지요.
아직도 곁에서 잠만 자고 있던 우리 집 열다섯 살 할머니(?) 강아지는 이제야 깨어났네요. 집사가 강아지님 저녁밥 챙겨야 할 시간인가 봅니다. 강아지님 밥이라도 잘 챙겨드려야 공덕을 쌓아 후생에 조금 나은 존재로 태어나지 않을까 기대라도 해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