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안전 지키자, 마!

by 이상현

#15 안전 지키자, 마!


북한산 비봉에서 승가사로 내려오던 중에 고등학교 친구가 질문을 던집니다.

“너, 나이 들어 남자가 챙겨야 할 것이 뭔지 알아?”

“뭔데?”


“안전 지키자!” 뜬금없이 한마디를 내뱉더군요.

“그게 무슨 말이야.”

“안전 지키자에서 안전의 ‘안’은 안경이고, ‘전’은 전화기야.

지키자의 ‘지’는 지갑, ‘키’는 자동차 키야.”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그 친구가 마지막 글자를 풀어줍니다.

“마지막 글자가 대박인데, ‘자’는 자크를 챙겨라. 잊지 말고 자크 올리라는 이야기이지.”


얼마 전 출근길 집을 나서면서 바지 자크를 안 올리고 길을 나섰던 기억이 나서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오면서도 바지 자크를 안 올리고 나온 적이 간혹 있지요. 여자들은 칠칠치 못한 남성의 그런 모습을 보고 제대로 지적도 못 하고 한심하다고 혀를 찹니다. 흔히 남대문이 열렸다고 하지요.


고등학교 때 학원 수학 선생님은 강의하러 올라오시기 전에 꼭 바지 자크를 확인하고 올라오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강의 시작 전 루틴이었어요. 아마도 수업 중 남대문이 열렸던 뼈아픈 경험이 있었나 봅니다.


‘안전 지키자’ 그럴싸합니다. 집을 나서기 전 챙겨야 할 필수목록이지요. 요즘은 여기에 한 글자를 더 붙여야 하지요.


바로 ‘마’입니다. 마스크 없이는 버스도 못 타니까, 안전 지키자 끝에 마를 붙이면 외출 준비 끝입니다. ‘안전 지키자, 마!’


여성은 바지 자크를 빼고 ‘안전 지키마!’로 충분할 것도 같네요.


안전 지키자를 다시 풀어보니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 다섯 가지가 다 담겨 있네요.


안전에서 안경은 보는 것이고, 전화기는 듣는 것이지요. 왠지 보는 것과 듣는 것을 잘하라는 소리로 들리네요. 지키자에서 지갑은 돈도 중요하고, 자동차 키는 움직이는 것, 즉 나이 들어 거동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자크는 이 모든 것이 헛되게 새지 않도록 마무리를 잘하라는 가르침이라 할까요. 괜히 가벼운 농담을 너무 무겁게 풀이한 것 같군요.


아차, 마를 빠트렸군요. 마스크? 아, 마스크 제대로 쓰고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그만하라는 가르침이군요.


그 친구 이야기 덕분에 안전하게 주말 산행도 마치고 다음 날 아침 출근하기 전에 중얼거리며 하나하나 잊지 않고 잘 챙겼습니다.


‘안전 지키자,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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