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프로와 피로의 차이
‘우와! 대단하다.’ 각 분야의 달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집니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 달인은 상상할 수 없는 경지를 보여줍니다. 그가 있는 곳이 시골의 어느 작은 식당이든, 허름한 창고이든 달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오지요.
수십 년간 똑같이 칼질을 하고 있는 달인이 자른 무우는 기계보다 더 정확한 두께로 잘려져 있습니다. 창고에서 달인은 무심히 던지는데 물건 박스는 원하는 곳에 착착 맞추어 들어갑니다. 초밥 달인은 매번 똑같은 밥알 수를 한 손에 쥐어 내지요.
어떤 분야이든 달인을 보면 그들이 겪었을 무수한 반복의 시간을 느낍니다. 그가 태어날 때부터 그 분야에 재능이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재능만으로 그 경지에 이를 수는 없지요.
사람들은 몸으로 똑같은 동작을 매번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 때 환호와 박수를 보냅니다. 똑같은 동작을 그대로 반복할 수 있는 사람은 프로이지요.
언젠가 친구가 프로 골프 국제 대회 입장권이 있다고 함께 가자고 하여 따라서 간 적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 프로 골퍼들이 공을 치는 모습을 보면 ‘우와’ 감탄만 하게 됩니다. 최나연, 미셀 위 등 쟁쟁한 프로들은 공을 어쩌면 그렇게 매번 똑바로 보내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유명 프로 골퍼들이 드라이버로 공을 치는 앞에 관중들은 양쪽으로 빽빽이 도열해 있지요. 아마추어 주말 골퍼가 그렇게 많은 사람이 양측에 서 있는 가운데 공을 친다면 떨려서 치기도 어려울 겁니다. 평소에 웬만큼 잘 치는 사람도 바로 가까이 서 있는 사람 맞출까 봐 긴장해 실수도 할 거고요. 하긴 누가 주말 골퍼 앞에 공 맞을까 봐 거기 서 있겠어요. 하지만 프로 선수 앞에서는 그의 공 치는 모습을 보려고 가까이 서서 보려고 애씁니다. 프로 선수가 친 공은 가까이 서 있는 관중을 맞추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거기에 서 있을 수 있지요. 프로 선수는 양측으로 도열해 있는 관중들의 감탄을 자아내며 가운데로 똑바로 공을 칩니다. 그들이 무수히 반복해 휘둘렀을 골프 스윙은 필드에서 프로의 ‘나이스 샷’을 불러오지요.
취미로 하는 농구 동호회 선수도 파울로 자유투를 얻으면 공을 골대에 가끔 넣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공은 농구 골대를 맞고 튕겨 나가지요. 프로 농구 선수는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유투를 여유롭게 골대에 넣습니다. 그들이 무수히 반복해 던졌을 농구 슛은 농구장에서 프로의 골인을 불러오지요.
김연아 선수의 공중회전을 몇몇 피겨 선수들도 가끔은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매번 똑같이 그 동작을 실수 없이 수행하는 그녀를 보며 우리는 기립 박수를 치지요. 그녀가 그 동작을 똑같이 수행하기까지 무수히 반복했을 공중회전과 수도 없는 엉덩방아가 그녀를 피겨의 여왕, 진정한 프로로 만들었지요.
똑같은 동작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프로라 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똑같이 그대로 반복할 수 있는 능력에 박수를 치고 경의를 보냅니다. 아마추어는 돈을 내고 운동을 하지만, 프로는 돈을 받고 운동을 하지요.
몸으로 같은 동작을 항상 그대로 반복할 수 있으면 프로이지만, 머리로 똑같은 생각을 항상 반복하고 있으면 피로합니다. 생각의 쳇바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엄청난 정신 에너지 소모를 하게 되어 피로에 이르지요. 과거의 생각을 반복하면서 우울에 빠지고, 오지 않은 미래의 생각을 반복하면서 불안해집니다. 똑같은 생각의 반복은 마음과 몸을 피로하게 만들지요.
프로와 피로의 차이는 글자 횟수 하나 누워있냐 서 있냐 차이이지만, 너무 큰 차이가 있지요.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요. 몸의 반복은 숙달이 되지만 똑같은 생각의 반복은 폐인이 됩니다.
반복을 몸이 하는지 마음이 하는지에 따라 프로와 피로로 나누게도 되지만 또 다른 차이도 있습니다. 프로는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도 조금씩 새로움을 시도합니다. 똑같은 반복에서도 새로운 것을 알아차립니다. 반복 속에서 성장을 느낍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 없이 그저 같은 생각의 반복, 성장하지 않은 똑같은 생각의 반복은 피로만 불러옵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여 프로에 이르렀다면 그 반복의 시간에 박수를 보냅니다. 같은 생각만을 반복하며 피로에 이르렀다면 그 허무한 반복의 시간이 안타까울 따름이지요. 생각의 프로는 생각의 폐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