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숨소리에 귀 기울이면
참 고생하지요. 종일 쉬지 않고 뇌에 담으려고 애씁니다. 우리 몸 여러 장기 중 대표적 정보 입력 기관은 눈과 귀를 꼽을 수 있지요. 하루에도 여러 가지 정보를 우리 몸에 전달합니다. 눈과 귀 중에 누가 더 고생하는 것일까요? 눈은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하루의 2/3를 눈 뜨고 많은 정보를 우리 뇌에 전달합니다. 온종일 카메라로 영상 촬영한다면 그 동영상 파일의 크기가 만만치 않을 텐데 어제도 오늘도 쉬지 않고 매일 찍고 있지요. 눈은 그렇게 많은 정보를 쉬지 않고 전달하면서 참 고생 많이 합니다. 눈에게 감사합니다.
귀는 어떤가요? 동영상 파일보다 소리 음성 파일은 일반적으로 크기가 작지요. 귀는 눈과 달리 수동적으로 듣고 있으니 별 힘든 역할을 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눈보다는 덜 수고하는 것도 같아요.
하지만 눈은 보고 싶지 않을 때 잠시 눈을 감고 안 볼 수 있지만, 귀는 항상 열려 있어 듣기 싫은 소리도 들어야 하지요. 심지어 자면서도 귀는 열려 있습니다. 눈은 눈꺼풀이 있어 자는 동안 감고 매일 쉬는 시간이라도 가지는데, 귀는 몸에 덮개가 따로 없으니 평생 쉬는 시간 없이 살고 있지요. 그러고 보니 귀도 고생을 많이 하는군요. 귀에게도 감사합니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드는 것이 귀입니다. 다행히 다른 것에 집중하면 귀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지요. 지금 한 번 소리를 들어보세요. 무슨 소리가 들리나요. ‘어, 저런 소리가 있었네.’ 아무 소리 들리지 않는 거실이라 여겼는데, 냉장고 소리도 들리네요. 창밖에서 아이들 소리도 들립니다. 집 안에 머물면서 아무 소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소리가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지요.
그래도 그런 여러 소리에 뇌가 미치도록 과부하 걸리지 않는 것은 뇌에서 소리를 선택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를 선택적으로 자연스럽게 차단합니다.
가끔은 들어야 할 소리인데도 다른 생각에 빠져 못 듣기도 합니다. 수업 중에 멍하니 머릿속 다른 소리, 즉 생각에 빠지면 앞에서 큰소리로 강의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는 더는 들리지 않지요.
외부 소리보다 내부 소리가 더 클 때 우리는 외부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우리는 안과 밖 두 가지 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 없지요. 이것을 거꾸로 이용하면 머릿속 생각을 잠재울 방법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 생각에 빠져서 머리가 무거워질 때, 생각을 쫓아내기는 쉽지 않지요. 생각을 쫓으려 애쓰기보다 다른 감각에 집중하면 생각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그 감각 중 소리 감각에 집중해 볼까요.
우선 눈을 감고 우리 몸 밖에서 나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의식하지 못했던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내부 소리인 생각이 사라집니다. 그러다 다시 생각이 찾아오면 외부 소리를 놓치게 되지요.
외부 소리를 들을 때 뭉뚱그려 듣지 말고 하나하나 나누어 들어 보세요. 버스를 타고 가는데 노랫소리가 들려요. 노래를 전체적으로 듣기보다, 하나하나 소리들을 들어보세요. 가수의 목소리에 집중해 들어보다, 건반 연주 소리를 따라갑니다. 베이스 기타의 쿵쿵거림을 드럼과 나누어 들어보기도 하지요. 평소 하나의 노래로 듣던 것이 여러 소리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한참 노래에 담긴 여러 소리를 듣다가 자동차 엔진 소리를 느껴 보기도 하고, 차창 밖에서 들리는 다른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를 들어보기도 합니다. 자신이 있는 공간에 여러 층의 소리들이 함께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외부 소리를 충분히 들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볼까요. 바로 자신의 숨소리를 들어보세요. 지금 있는 곳이 너무 조용해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고 하면 정적이 흐르는 고요의 소리에 잠시 빠졌다가 숨소리를 들어볼 수도 있어요. 지하철같이 외부 소리가 너무 커서 자신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그냥 숨소리를 느껴보세요.
들숨과 날숨의 고요한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마음도 따라 고요해집니다.
저는 이걸 소리 명상이라 합니다. 들숨을 날숨보다 길게 쉬어라, 짧게 쉬어라. 들숨과 날숨 사이를 잠시 멈추어라, 멈추면 안 좋다. 여러 가지 호흡법에 대한 다양한 가르침들이 있지만, 그런 것들 다 잊어버리고 그저 자신의 숨소리에 고요히 귀 기울여 보세요. 그 숨소리에 귀 기울이는 동안 내부 소리인 생각은 어느새 자리를 비웠을 거예요.
생각 소리로 꽉 차 무거워졌다 느낄 때 숨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귀는 항상 열려 있었지만, 자신의 숨소리에 귀 기울인 적은 많지 않았을 거예요. 귀에게 자신의 숨소리를 들려주세요. 거기에서 고요를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