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뻥튀기 들고 쳇바퀴 도는 방랑객
생각은 어떤 놈일까? 생각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각은 나를 지지하는 평생 친구이었다가 간혹 나를 괴롭히는 적으로 둔갑하지요. 생각으로 사람은 발달하며 살아가지만, 생각으로 사람은 고민 속에 빠지기도 하지요. 생각이 어떤 놈인지 들여다보니 생각의 세 가지 속성이 드러나는군요.
첫째, 생각은 뻥튀기입니다.
생각은 작은 것을 크게 뻥튀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별것 아닌 것을 크고 무겁게 만드는 허풍쟁이지요. 원래 작은 쌀알에 불과했던 것에 온갖 해석과 불확실성과 기대를 덕지덕지 붙여 뻥튀기합니다. 어떤 사건이 살면서 일어납니다. 그 사건을 사건 그대로 보면 되는데 생각은 거기에 살을 붙이지요. 나름대로 이야기를 만들고 때로 심각하게 의미를 붙입니다. 그 이야기가 어떤 때는 무겁고 큰 짐이 되지요. 생각은 쌀알 몇 개로 커다란 뻥튀기 자루를 만들어 버립니다.
둘째, 생각은 쳇바퀴입니다.
새롭고 흥미로운 생각은 우리를 활기차게 만듭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침을 힘차게 맞이하지요. 하지만 똑같은 생각의 늪에 빠진 사람은 그 생각의 쳇바퀴를 돌리느라 잠도 못 자고 찌뿌둥하게 지옥 같은 아침을 매일 맞습니다.
셋째 생각은 방랑객입니다.
몸이라는 근사한 집은 매일 그대로 있는데 거기를 떠나 어디론가 방황합니다.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는 여행은 삶의 활력소를 주지만, 생각은 주로 가던 곳만 찾아가지요. 과거의 어느 한 점, 미래의 어느 시점. 몸을 떠난 마음은 공허합니다. 여행가는 여행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오는데, 생각은 현재 몸에 돌아와 있기보다 다른 시점에 계속 가 있기를 좋아하는 방랑객입니다. 현재의 집에 머물지 않는 방랑객은 글자 그대로 객이지요. 객은 손님이지 주인이 아닙니다. 그런데 방랑객이 주인 행세를 하여 집인 몸을 간혹 괴롭힙니다.
생각은 뻥튀기 자루 메고 쳇바퀴 도는 방랑객입니다.
이 세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는 생각이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나를 가장 괴롭히는 적이 되곤 합니다. 이 속성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생각을 적에서 친구로 만드는 단서를 얻을 수도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