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주름살을 어디에

by 이상현

#22 주름살을 어디에


늙음이란 무엇이지요? 늙음을 풀어쓰면 늘어감입니다. 무엇이 늘어나나요? 주름살? 나이? 그렇지요. 나이도 늘고 주름살이나 흰머리도 늘어납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며 각자 다양하게 여러 가지가 늘어납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지혜가 느는 이도 있고, 고집이 느는 이도 있고, 베풂이 느는 이도 있고, 뱃살이 느는 이도 있겠지요.


무엇이 어떻게 늘어갈지는 자신이 나이를 먹으며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차이가 날 겁니다. 늙어가며 무엇이 늘어가냐에 따라 노인의 모습이 결정되지요. 고집이 늘지, 포용력이 늘지로 노인의 초상화는 그려집니다. 늘어간다는 것은 그렇게 자신의 초상화에 한 점 한 점 더해가는 것이지요. 늘어나는 것에 따라 기뻐할 수도 있고 낙담할 수도 있겠지만, 늙어감은 늘어감이다.


늙어감은 잃어감입니다. 하나하나를 잃어갑니다. 젊었을 때 가졌던 직위도 잃고, 힘도 잃고, 기억도 점차 잃어가고, 젊을 때 가졌던 희망도 잃고, 의욕도 잃어갑니다. 그래서 늙음의 본질은 상실이라 하지 않던가요.


자연스레 잃어가고 있는 것에 쓰잘데 없이 과하게 매달릴수록 늙음에 추한 점들이 덧칠됩니다. 세월의 힘에 의해 어차피 잃게 될 것들, 그걸 미리 손에서 놓아 스스로 잃어갈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리 쉽지는 않지요. 늙어가며 무엇을 스스로 손에 놓고 잃어가느냐에 따라 사람의 그릇이 달라집니다. 살아가며 덕지덕지 칠해졌던 자신의 초상화가 이렇게 부분부분 지워지면서 원래의 바탕이 드러나지요.


늙어감에 따라 이렇게 늘어나는 것도 있고, 잃어가는 것도 있습니다. 늘어가고 잃어가는 것을 잘 바라보며 세월을 받아들이듯이 받아들여야지요. 그 모든 것 선택할 권한이 우리에게 주어지지는 않지만,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는 질 겁니다. 양미간 주름살만 가득한 고집 센 노인의 얼굴이 될지, 눈가 주름살이 더욱더 깊어진 푸근한 미소 띤 노인의 얼굴이 될지는 긴 세월 얼마나 찡그리고 살았는지, 얼마나 미소 지으며 살았는지에 따라 그려지겠지요.


태어날 때 자신의 얼굴은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지만, 나이 들어 자신의 얼굴은 부분적으로 스스로 살아간 모습이 담겨있지요. 얼굴 전체를 삶으로 성형할 수는 없겠지만, 주름살이 두 눈썹 사이에 고집스럽게 자리 잡을지, 입술 양옆에 깊게 파여 미소 자리가 될지는 자신이 세월이 그린 것이니까요.


주름살이 깊게 파진 노인이 되고 싶습니다. 고집스럽고 고민의 무게로 이마에 깊어진 주름살 말고, 미소로 부드럽게 입가에 깊게 자리 잡은 주름살을 가진 노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세월의 성형으로 이루어지는 주름살은 단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오랜 시간 살아가는 대로 자연스레 주름 잡히는 것이겠지요.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어제보다 하루 더 산 이가 거울에서 웃고 있습니다. 주름살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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