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꼭 맞으세요

by 이상현

#25 꼭 맞으세요.


오늘 한 분의 할머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입원하신 지 한 달 반. 팔십 대 후반의 할머니는 코로나를 이겨내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맡았던 코로나 환자 중 두 번째 임종을 맞게 됩니다. 1월에도 팔십 대 후반의 할아버님을 보내드려야 했습니다. 이번에도 팔십 대 후반이신 어르신을 가족 품으로 보내드리지 못하고 하늘 품으로 보내드려야 했습니다.


대부분 입원하신 코로나 환자들은 잘 이겨내십니다. 흉부 방사선 촬영에서는 폐렴 소견이 보여도 특별한 증세 없이 잘 지내시는 분도 계시지요. 격리 병실에서 무료하게 보내시면서 언제나 나갈 수 있는지 갑갑해하며 병실 생활을 하시는 환자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안타까운 상황을 겪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80대 이상 노인이 코로나 걸렸을 경우 치명률은 20.4%입니다. 다섯 명 중 한 분이 어려운 상황을 겪게 되니 노인에게 특히 위중한 병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오늘따라 외래 환자를 보다 보니 진료를 마치고 나가기 전에 머뭇거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코로나 백신에 대한 질문을 꺼내놓으시는 분들입니다. 할아버지는 묻습니다. “제가 맞아도 뇌나요?” “예, 꼭 맞으세요” 중년의 환자는 묻습니다.. “아버님 연세가 많고 밖에도 안 나가시는데 맞는 게 좋을까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제가 하는 말에 제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즉답을 드리기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말씀드립니다. “연세가 많으셔도 꼭 맞으세요.”


노인에서 코로나의 치명률이 높다는 것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환자가 이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동안에 가족이 면회 한 번 제대로 못 한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돌아가시기 직전에도 격리병동에 계신 환자와 가족이 1분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옆에 있는 의료인으로서는 정말 안타깝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아흔이 넘으셨습니다. 아흔이 넘으신 어르신께 코로나 접종의 이득과 손실을 따져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오늘 주저하지 않고 말씀드렸습니다. 연세가 많으셔도 꼭 맞으세요.


코로나에 걸려 격리병실에서 이 몹쓸 역병과 싸워가는 과정은 환자에게도 어렵고, 의료인에게도 어렵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고 만날 수도 없는 가족에게도 힘듭니다. 환자는 격리 공간에서 어렵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하지요. 만약 저희 아버지께서 코로나에 걸리셨을 때 의사 아들인 저 자신도 얼굴 한번 제대로 못 뵙고 혼자서 외로이 역병과 싸우게 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큰 슬픔입니다.


이 글을 쓰기 늦었다는 것을 압니다. 오늘이 노인 어르신 접종 신청 마감인 지역이 많은 것 같더군요. 며칠 전에 글을 올렸어야 했는데, 제 게으름으로 제때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신청할 수 있다면, 꼭 신청하고 꼭 맞으십시오.


지역거점 병원인 우리 병원의 코로나 병동에는 지금 생후 7개월 아가도 있고, 25세 젊은이도, 92세 어르신도 입원해 계십니다. 대부분은 다 잘 이겨내고 건강을 되찾고 집으로 돌아가실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홀로 이겨내야 할 시간이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 어르신들은.


그러니 기회가 되면 꼭 맞으세요. 악의적 기사도 많고 엉터리 유튜브 영상도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제작된 왜곡되고 부정적인 내용들, 그런 것에 현혹되지 마시고 백신을 맞으세요. 현재로서 할 수 있고, 해야 할 것은 거짓 뉴스에 현혹되지 말고 접종에 함께 하는 것밖에 없으니까요.


부모님께 전화드리세요. 지금 걱정만 하고 결정하시지 못하신 분들께 말씀드리세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면 꼭 신청하고 맞으시라고.


죄송합니다. 조금 일찍 말씀드리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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