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5년 후 벚꽃은?
5년이면 강산이 변할까?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니, 5년 가지고 강산이 변하겠어요. 5년 후에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5년 전에 어땠는지는 알 수 있지요. 강산은 안 변했는데 벚꽃은 변했군요. 저는 잊고 있었지만, 페북은 잊지 않고 알려 줍니다. 5년 전 오늘이 어땠는지.
4월 15일은 저희 집 강아지 ‘마음’이의 생일입니다. 5년 전 생일 이브(?) 날 정발산 평심루에 함께 있었군요. 지금은 노견이 되어 집 근처를 벗어난 산책이 힘들지만, 5년 전 강아지는 그곳에서 벚꽃을 둘러보며 즐깁니다. 4월 중순에.
하지만 올해는 4월 중순에 더 이상 벚꽃을 볼 수 없습니다. 올해에 벚꽃은 3월 말부터 여기저기 활짝 펴기 시작했지요. 그러다 4월 초가 되어 봄비와 함께 꽃비로 땅에 흩뿌려졌습니다. 5년 전보다 올해 벚꽃 개화 시기는 열흘 이상 차이가 나는군요.
‘2021년 벚꽃 만개 시기가 1,200여 년 전인 서기 812년 이래로 가장 빠르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서울에서도 3월 24일 1922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빠르게 벚꽃이 피었다.’ (BBC News 코리아 2021.3.31)
100년도 아니고 1200년 이래 가장 빠른 벚꽃 개화라니 참 놀랍습니다. 1200년 전 일은 제가 알 수 없으나 페북이 알려주는 5년 전 사진만 봐도 큰 변화가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벚꽃에게 묻고 싶어집니다. ‘벚꽃아, 뭐가 그리 급해서 이렇게 세상에 빨리 나왔니?’ 물론 벚꽃 탓이 아니겠지요. 지구 탓이겠지요. 사실 지구 탓은 아니지요. 지구에 살며 지구를 뜨겁게 데우고 있는 한 생명체 탓이지요.
올해가 그냥 특별한 해인지 정말 지구가 더워지고 있는지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미국 NASA에 해수 온도와 기온 데이터가 그래프로 잘 정리되어 있더군요.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의 온도 상승은 뚜렷한 우상향 그래프를 보여줍니다. 지구 온난화는 다양한 주장들의 논란 차원이 아니라,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차원이라는 것을 NASA 그래프에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변화를 계절을 보내면서 매년 잊어버리고 삽니다.
‘이번 여름은 몇십 년 만에 최고다. 기상 관측 이래 최고다.’ 이렇게 지구 온난화는 뉴스 소재로 사람들의 점심시간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하지만 날이 선선해지는 가을이 되면 잊혔다가 다음 해에 다시 사람들의 이야깃거리로 등장하지요. 기후 변화 뉴스는 흡사 올림픽 기록 경신처럼 소개되고 사람들에게 잠시 회자하였다가 사라집니다.
5년 전 사진을 보며 5년 후 사진을 그려봅니다. 그 사진에도 5년 전 강아지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런데 5년 후 오늘 사진에 벚꽃은 여전히 찾을 수 없겠지요.
80년대 불렸던 ‘서울’이라는 노래는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5년 후에는 사과가 아니라 바나나나 파인애플 나무를 심어보자라고 노랫말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뜨거운 물 속 개구리 이야기는 여러 가지 상황에 빗대어 자주 인용되지요. 개구리를 찬물에 넣고 서서히 물을 데우면 물이 뜨거워지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결국 그 자리에서 죽는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하지만 현대 생물학자들은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개구리도 어느 온도 이상이 되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물에서 뛰쳐나온다는군요.
5년이면 강산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꽃은 변합니다. 꽃 개화 시기 조금 빨라진다고 뭐 대수냐 하는 모습은 뜨거운 물에 앉아있는 개구리와 뭐 다르겠습니까. 개구리도 뛰쳐나온다는데, 인간은 더워지고 있는 지구를 뛰쳐나갈 수도 없으니, 스스로 켠 불을 끄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