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마트에 가게 되면 엉뚱한 것을 사기도 하고, 정작 사야 할 것을 가끔 잊어버렸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나름 다음 주부터는 아내와 딸아이의 생일이 연이어져 생일 주간이라 명명하고 토요일인 오늘 준비하지 못한 장감을 구매해 볼 참이다. 장보기에 앞서 매주 토요일 주간 단위로 실시되고 있는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위해 우선 문밖에 쌓여 있는 재활용 쓰레기를 캐리어로 실어다 버려야 했다. 매번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고 하는 통에 귀찮다는 생각이 우선이다. 그렇지 않아도 아침만 되면 문을 열고 들어와 몸을 비벼대는 안나(고양이) 덕분에 성가셨는데 잠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 입어야하 고 마스크와 장갑도 챙겨야 했지만 그래도 추운 겨울바람을 맞는 것은 흥겹지가 않다.
그럼에도 어느 사이 남편으로서의 의무감으로 자리한 생일상차림 행사 이기에 주섬 주섬 장바구니까지 챙기는 상황이 되었다.
분리배출 물품이 캐리어에 한 가득이다. 과일상자에 정육을 포장해 온 아이스박스를 비롯해 부탄가스통, 통조림 통, 플라스틱 물병, 폐지류 등 분리할 물목이 다양했다. 싣고 나르는 것들이 캐리어 사이즈를 벗어나다 보니 문에 부딪히고 엘리베이터 출입구에 부딪혀 일부는 바닥으로 나뒹굴기도 한다.
그동안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남의 일인 냥 피상적인 걱정만 해오다가 최근에 영국의 경제전문기자이자 자유기고가인 팀 스메들리가 쓴 “에어 쇼크(Clearing the Air)”를 읽고 난 후부터 우리 개인들이 오염원을 줄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고민을 조금은 더 하게 됐다.
그이의 책에서 나오는 “창문 친구”라 던 지, 갑자기 새가 하늘에서 떨어져 죽는 다든지 하는 것들 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대단히 경악할 장면이었다. 저자가 살고 있는 영국에서도 미세먼지로 매년 사망자가 크게 발생하고 있단다. 그의 책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관해서만 문제의 절박함과 대책을 언급하고 있지만 거실의 TV 뉴스에서는 해양 생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다루는 장면을 종종 다루어 주고 있었다.
글쓴이는 책에서 지구 전체가 화석원료의 사용을 중단하기를 바라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므로 개개인별로 소비와 구매를 줄임으로써 대기오염을 경감시키길 바랬다.
어쨌거나 분리수거가 오염원의 발생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일정 정도는 알고 있었음에도 그동안 매우 수동적으로 분리배출을 해왔다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토요일 아침마다 이루어지는 재활용 분리배출은 우리 아파트의 정책이지만 주말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배출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가끔 짜증이 나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오염물질 발생 원인을 생각하고 배출량을 줄이려고 오늘 장보기는 나름 포장재를 살펴보았다. 스파게티 면과 크림치즈 소스 그리고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깐 마늘을 사고 잡채 만들 때 필요한 시금치와 소고기 육회비빔밥에 소요되는 배 한 개와 아기 채소 한 팩도 구매했다.
스파게티 면은 거의 대부분이 비닐 포장재에 담겨 있다. 파스타용 크림치즈 소스의 경우에는 그나마 병에 담겨 있어 환경피해를 크게 일으킬 것 같지는 않다. 부피가 작은 팽이버섯은 비닐봉지, 느타리버섯은 하단이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위 포장은 투명한 플라스틱 소재로 되어 있다. 배 또한 플라스틱 바탕에 랩으로 감쌌다. 상품의 보관을 위해서 일 듯한데 이렇게 개별 포장을 하니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19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마당에 심기가 불편해진다. 새삼 놀랄 것도 아니지만 마트에 있는 대부분의 농식품류가 비닐과 PP나 PE재질의 용기로 포장되어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소비자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지원도 절실하다. 파괴된 환경을 극복하는 데는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만큼 국가 간의 영역을 떠나 이에 대한 공통의 개선 노력들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일단 장을 보아온 것들을 내용물과 포장재로 구분하고 재질별로 나누어 분리수거통에 넣었다.
점심으로 채택된 메뉴는 육회 비빔밥이다.
밥은 미리 압력솥에 시간을 맞추어 놓았으니 됐고, 육회비빔밥용 아기 채소는 흐르는 물로 씻어 채에 밭쳤다. 냉동실을 열고 마트에 가기 전 넣어두어 살얼음이 살짝 생긴 뭉텅이 홍두깨살을 꺼내 대략 2~3mm 정도로 채를 썰어 핏물이 빠지도록 키친타월로 감쌌다. 육회 양념을 위해 빈 그릇을 준비하고 거기에 간장 조금과 미향, 마늘 채 썬 것, 들기름, 깨, 설탕을 조금 넣어 무침 양념을 만들었다. 피를 뺀 홍두깨 살을 볼이 깊은 그릇에 쏟고 준비된 양념으로 버무렸다.
채 썬 배를 접시에 가지런히 펼치고 양념이 배인 육회를 올려 마무리했다.
한편으론 볼 접시에 밥을 담고 채에 밭쳐둔 아기 채소를 종류대로 구분해 밥 위에 올린 다음 육회와 고추장을 한 스푼 담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