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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by 이상훈

생각만 해도 문제고 공부만 해도 문제다.

중요한 것은 공부와 사고를 통한 실천력이다.

상상 속으로 고민해 봤자 허상에 불과하다.

결과물을 실제로 얻어 내는 것은 공부만으로 이거나 생각만으로 이거나는 분명 아니다.

어쩌면 수행하고 기도하는 것만으로도 도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허상일지 모른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이 도달하는 끝이 어디인지 모를 때까지 생각하는 것도 관념만을 만들어낼지 모른다.


오늘 뭐라도 하나 끌적 거리겠다는 일념으로 책상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다가 논어의 “학이불사측망 사이불학측태(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에 대해 고민해 봤다. 오전 회의 시간에 등장한 문구였다. 현재를 살아가려면 배움과 사고를 늘 같이 해 나가야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게 해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 문구이기도 하다.


비가 내리는 오늘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오전 인턴교육을 끝내고 연거푸 회의에 참석한 후 몰려드는 피로감으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제 시간이 지나 퇴근시간이 가까이 오면서 이렇게 하루를 마감하면 안 되는데 무엇이라도 좋으니 문장으로 옮겨 놓아 보자라는 자세이긴 한데 아직도 정신은 멍하다.

감자

요즘 시골에서 감자 수확이 한창이라 친구네 감자를 사기도 하고 친척집에서 얻어 오기도 해 집안에 제일 풍성하게 있는 것이 감자다. 오늘 저녁은 비도 내리고 하니 감자전이라도 부칠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나의 어린 시절 감자꽃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집 앞 텃밭에 몇 해동안 감자를 심은 적이 있다는 느낌이고 감자가 여느 감자와 다르게 보라색을 띠었다는 생각도 든다. 감자 꽃하며 솜털 같은 가시가 있었던 줄기 이런 것들이 어렴풋하다. 보통 그런 것을 심는 이는 아버지였다. 씨감자를 4 등분하거나 둘로 감자씨눈이 적당하게 안분되도록 해서 잘라 흙속에 눌러 놓으면 어느새 보통의 싹이 두툼한 흰털이 달린 싹이 돋아났다. 감자를 캘 때가 제일 신명이 나는데 아마도 호미로 조금만 걷어내고 뿌리넝쿨을 들어 올리면 쭈욱 달려 나오는 감자 개수에 깜짝 놀라게 된다. 수확된 감자는 주로 헛간 한구석에 쌓아 놓는데 감자를 가지고는 주로 솥에 쪄 먹거나 구워 먹는 경우가 많은데 솥에 찌는 것은 어른들이 도와줘야 가능한 일이고 아이들은 불씨가 있는 아궁이에 감자 몇 알씩 넣어 구워 먹는데 아궁이에 넣은 것을 가끔 잊어버려 감자가 시커멓게 탄 경우도 많았다.

감자 요리는 대체로 고추장을 넣어 조림을 많이 먹어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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