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4

by 이상훈

아버지의 밥은 매번 아랫목 이불속에 있었다.

밥상이 차려진 기억보다, 이불을 들추고 그 안에서 김이 빠져나오던 순간이 먼저 떠오른다. 밥그릇은 뚜껑이 달린 그릇이었고 이불속에서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수건 등으로 싸여 있기도 했다. 아랫목 이불속은 늘 따뜻했다. 그 따뜻함이 밥 때문이었는지, 아랫목 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버지와 저녁을 같이 했던 기억은 아침을 같이 했던 기억보다 크게 적다.

아버지가 부재중이어도 아버지의 밥이 이불속에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항상 있었고, 실제도 늘 있었다. 그것은 우리 형제 모두가 어머니에게 말하지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밥은 그 자리에 있다는 걸 암묵적으로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밥에는 서두름이 없었다.

정해진 시간이 없었고, 모두가 한자리에 모일 필요도 없었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저녁에 들어오셔서 그 밥을 드신 경우도 거의 없다. 어머니의 의례였을 뿐이다. 간혹 식사량이 부족하거나 저녁 간식거리가 없을 때 대용으로 우리들이 이불을 들추고 밥을 꺼내 먹기도 했다. 그게 아버지 방식의 배려였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밥은 따뜻했지만 넉넉하지는 않았다.

양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밥이 늘 조용히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밥이 혹은 우리가 아버지를 기다리지 않기도 했다. 밥은 늘 특정인을 위해 준비되었지만 밥을 먹는 이는 항상 다른 구조였다. 아버지의 존재가 어쩌면 그런 간식의 만듦이나 행동양식을 만들어 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아버지의 밥을 떠올리면 맛보다 온도가 먼저 생각난다.

아랫목 이불속의 온기, 그 안에 숨겨진 밥그릇,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사람의 뒷모습.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밥이 늘 식지 않게 하려는 마음만큼은 이불속에 함께 들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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