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원 쌍주막 이야기

by 이상훈

그때는 말이야,
당진장을 보고 바로 삽교를 건너지는 못했어. 짐이 무거워서가 아니라, 몸이 먼저 말을 안 들었지. 해 지기 전에 피원 쌍주막까지는 가야 했거든.

쌍주막이라 그랬어. 길 양쪽에 똑같이 하나씩 있었지.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몰라. 그냥 다니던 쪽으로 들어갔어. 당진에서 내려오면 왼쪽, 면천에서 오면 오른쪽, 그런 식으로들 말했는데 꼭 그런 건 아니었고.

주모 얼굴은 다들 알았지.
말 안 해도 “오늘은 어데서 왔는지” 아는 눈이었어. 짐을 내려놓으면 그게 오늘 장사 성패였지. 잘 팔았으면 어깨에서 바로 풀리고, 안 팔렸으면 끝까지 짊어지고 앉아 있었고.

탁주 한 사발 돌리면 그제야 말이 나왔어.
“준치는 어땠냐.”
“합덕 쪽은 소금이 남는다.”
이런 말들. 다 흘려듣는 것 같아도, 다 계산이었어. 내일 어느 장으로 갈지, 누구 짐을 받을지, 다 그 자리에서 정해졌지.

물건 접수라는 게 따로 있나.
주막 한쪽에 풀어놓고 서로 보고 만지고, “이건 도고로 간다”, “이건 선장이 낫다” 그렇게 말 한마디로 끝났지. 돈은 나중 일이었고, 물건이 먼저 움직였어.

술이 좀 돌면 꼭 말이 세지는 놈이 있어.
자리 가지고 싸우는 거야 늘.
“내일 장판은 내가 먼저다.”
“지난번도 네가 먼저 아니었냐.”
그렇게 소리 커지면 주모가 나섰어. 피원에서는 싸움 안 된다, 여기서 다치면 장사 못 한다고. 그 말이 제일 무서웠지.

밤 되면 다들 말이 없어져.
짐 베고 누웠어. 도둑도 무섭고, 사람도 무서웠지. 삽교 물소리 들리면, 내일 건너갈 생각부터 했어. 비 오면 건너지 말아야 했고, 물 불면 기다려야 했고.

그렇게 한밤 자고 나면 또 일어나 짐 메고 갔지.
도고로 가는 놈, 선장으로 가는 놈, 여기서 다 갈렸어. 쌍주막은 그냥 쉬는 데가 아니었어. 길에서 길을 고르는 데였지.

지금은 다 없어졌지 뭐.
길도 바뀌고, 장도 바뀌고.
그래도 피원 쌍주막은 아직도 생각나.
짐 내려놓고 숨 좀 돌리던 데, 그 정도로는 아직 남아 있어.

작가의 이전글합덕중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