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겨울날 학교 가는 풍경

by 이상훈

눈이 많이 온 날이었다.

버스가 오지 못한다는 연락이 새벽에 왔고, 그날은 걸어가야 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각에 밥을 하셨다.

비슷한 시간에 나도 잠에서 깼다.

짚 타는 연기 냄새가 나고, 부엌 쪽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알람 같은 건 필요 없었다. 짚불에서 나오는 연기가 구들장을 통해 굴뚝을 가득 메우고 올라가고 솥뚜껑 여닫는 소리가 아침을 깨웠다.

어머니는 짚을 아궁이에 넣어 불을 때며 밥을 하셨다.

솥이 달아오르면서 방바닥도 같이 데워졌다. 이불속이 서서히 따뜻해지면, 밖에 눈이 쌓였다는 것도 잠시 잊을 만큼 방 안은 편안했다.

나는 일어나서 큰솥에서 더운물을 한두 바가지 받아왔다.

김이 나는 물로 얼굴을 씻으니 한 결 개운한 느낌이다. 겨울의 찬물은 감히 상상하기 조차 힘들다. 데워진 물을 사용해도 문고리에 물 묻은 손이 쩍쩍 달라붙던 시절이었다. 토방에서 얼굴을 씻어도 가끔은 얼굴이 벌게지게 마련이다. 아침이 제대로 시작되는 느낌이 들었다.

교복을 꺼내 입었다.

다려진 자국은 없었지만, 늘 같은 자리에서 접혀 있던 교복이었다. 그 위에 외투를 걸치고 귀마개와 마스크를 습관적으로 착용했다. 또 검은 운동화가 떠오른다.

아랫목에 밍크담요는 개어 있지 않고 안방 아랫목을 차지고 하고 있다.

어머니가 상을 들여놓으면 안방 한편에서 나 홀로 아침을 먹었다.

아직 이불의 온기가 남아 있는 자리였다. 밥그릇에서 김이 올랐고, 국에서는 불 냄새가 은근히 났다. 밥 먹는 소리가 정적을 가르듯 내 귀에만 들린다.

밥을 다 먹고 나서 등교를 위해 문을 여는 순간 공기가 확 달라졌다. 밤새 내린 눈이 길을 덮고 있었다. 숨을 쉬면 입김이 먼저 나왔다.

눈 오는 날에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모두들 웅크리고 무리 지어 걷는 동안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들면 새벽달이 아직 떠 있었다. 그 달을 보며 걸었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신고 나온 검은 운동화는 바닥이 닳아 있었다.

방한도 안 되고, 미끄럼도 잘 막아주지 못했다. 눈 위에서는 발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자주 넘어졌다. 넘어질 때보다 일어날 때가 더 창피했다. 괜히 옷을 털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걸었다. 양말을 두껍지만 발은 차가웠고 무거웠다.

등교하는 길 옆으로는 수로가 있었다.

눈에 파묻힌 갈대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길을 지나, 시내에 도착하면 도로는 한결 걷기에 수월해진다.

지금도 눈이 오는 새벽을 떠올리면

먼저 생각나는 건 차가운 길이 아니라,

아궁이에 불 때던 어머니의 손과

달그락거리던 솥 소리,

그리고 안방에 퍼지던 따뜻함이다.

그 온기를 등에 지고 검은 운동화를 신고 눈 내린 새벽길을 걷던 기억이 스멀스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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