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원 쌍주막 2

by 이상훈

면천장을 본 날이었어.
장판은 괜찮았지. 팔 건 팔고, 받을 건 받았고. 문제는 장을 접고 나오는 길이었어. 늘 그랬어. 장보다 길이 더 무서웠지.

해가 넘어가는데, 고개 쪽에서 사람이 튀어나왔어.
칼까지는 아니었고 몽둥이 들고 있었지. 산적이라고 부르기도 뭐한데, 길짐승 같은 놈들이었어. 말도 안 섞었어. 봇짐부터 낚아채더니 줄을 끊어 버리더라.

“그거 내일 도고로 가야 할 물건인데…”

그 말이 입에서 나오기도 전에 이미 산으로 올라가고 있었어. 따라가 봐야 소용없다는 걸 아니까, 다들 그냥 서 있었지. 그날은 짐이 가벼워졌는데, 발걸음은 더 무거웠어.

그래도 피원 쌍주막은 가야 했어.
어둡기 전에 거기까지는 들어가야 했거든.

쌍주막에 들어가니 다들 얼굴이 비슷했어.
누구는 털리고, 누구는 안 팔리고, 누구는 빚만 늘었고. 그런 얼굴들이었지.

짐 풀 자리가 문제였어.
산적한테 털린 놈이 한쪽에 넓게 자리를 잡으니까, 다른 놈이 시비를 걸었어.

“짐도 없는 놈이 왜 이렇게 넓게 누워 있냐.”
“없는 놈이 더 억울한 거 아니냐.”

말이 오가다 술이 섞이니 손이 먼저 나갔어.
멱살 잡고, 짐 위로 넘어지고. 그 와중에 누군가의 준치 말린 게 바닥에 흩어졌지. 그 냄새가 났어. 비린내가 아니라, 장사 망한 냄새.

주모가 소리 질렀어.
“여기가 싸움판인 줄 아느냐.”

그래도 한 번 올라간 기운은 쉽게 안 내려와.
밖으로 끌려 나간 놈이 문지방에 넘어지면서 욕을 했고, 안에 있던 놈은 칼자루를 만지작거렸어. 그때 우리가 다 말렸지. 여기서 피 나면 내일 장은 다 끝나는 거니까.

결국 술을 치우고, 불을 낮췄어.
말도 줄였고.

밤에 누워서 생각했어.
면천장에서는 산적, 피원에서는 사람.
어디가 더 무서운지 헷갈렸지.

아침 되면 또 삽교를 건너야 했어.
짐 잃은 놈도, 다툰 놈도, 다 같이 일어났지. 장삿길이라는 게 그래. 어제 일은 발바닥 밑으로 밀어 넣고, 오늘 장으로 가는 거야.

피원 쌍주막은 그래서 잊히질 않아.
짐을 잃은 날도, 사람을 잃을 뻔한 날도,
그 중간에서 하룻밤을 버텨낸 자리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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