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하지에 근접하는 때이면 마늘을 캔다. 어린 시절 그맘 때면 그늘이 지는 울타리 옆이나 사랑 채 마루에 옹기종기 앉아 사금파리로 소꿉장난도 하고 부모님이 안 계신 틈을 노려 밭에 나가 마늘을 한 움큼 뽑아 아이스께끼 장수와 물물거래를 해 하드바를 사 먹곤 했다. 물론 아이스께끼 장수를 못 만나면 싱싱한 마늘잎을 구워 먹기도 한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요리사들이 유럽 일대를 돌며 현지 요리를 배우고 음식을 만드는 TV 프로그램이 방송된 적이 있다. 방송 내용을 보면 스페인의 한 지방에서 우리나라 대파와 비슷한 작물을 구워 먹는 모습이 나온다.
칼솟이라고 하는 데 파와 유럽식 대파의 일종인 '릭'을 교배하여 탄생한 작물이다. 현지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맛이 참 궁금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가 어린 시절 마늘을 잎사귀째 아궁이에 구워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마늘은 지역에 따라 4월(제주)부터 장마가 시작되는 6월 말까지가 수확기이다. 요즘 시장에 가면 햇마늘이 많이 나와 있다. 아궁이에 구워 먹었던 시기는 마늘 잎사귀가 누렇게 변색이 되기 전인 잎사귀에 수분이 충분하고 조직이 단단할 때다. 칼솟 굽는 것과 같이 마늘도 잎부터 뿌리까지 전체를 아궁이에 넣어 굽는다. 알맞게 구워지면 잎사귀에서도 마늘 냄새가 나는데 허연 색의 껍질을 벗기면 진녹색의 속살을 만 나는데 굉장히 부드러운 식감을 맛 볼 수 있다. 마늘쪽도 당연히 껍질째 한통 전체를 아궁이에 넣어 굽는다. 껍질이 시커멓게 타면 그걸 벗겨 내고 마늘 알맹이만 먹으면 도는데 물론 속까지 시커멓게 되면 물론 먹기 힘들다.
요즘 불판에 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는 마늘보다 맛이 훨씬 부드럽고 좋다.
그런데 마늘 잎사귀를 통째로 구워 먹는 것이 스페인 지역 마냥 마을 사람 전체가 그랬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이들끼리 간식거리가 부족했으니 어머니가 일하는 부엌을 들락거리며 남모르게 구워 먹었던 기억이 더 많다. 콩서리를 통하여 들에서 불을 피워서 구워 먹던 것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먹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마늘 이파리 구운 것과 칼솟을 구운 것과는 분명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배고프지 않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먹고 있는 것과 배고팠을 때 먹었던 음식은 맛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