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함께 나누는 제철 음식이 그립다.

비싸다 싸다 보다는 풍요로운 정을 나누는 것이 음식의 기본 속성이 아닌가

by 이상훈

비싼 음식은 맛이 없다. 과연 그럴까!


비싸다 혹은 싸다가 갖는 의미를 음식에도 통용시킬 수 있을까? 음식은 만든이의 정성과 함께 하는 이들의 사랑이 담겨 있기에 비싸다 싸다가 음식의 맛과 직결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기에 마음 편하게 먹을 수만 있으면 그것이 최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또 어쩌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비싼음식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서 비싼음식은 맛이 없어라는 최면같은 수식어를 가져다 놓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예를 들자면 “저 포도는 신포도가 분명해”하면서 먹을 상황이 안 되는 사람이 먹을 것을 앞에 두고 외면해야 할 때 억지로 가져다 붙이는 것일 수도 있기에 말이다.


그런데 진짜로 비싼 음식이 맛이 없는 경우도 많다.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보면 저자는 "진귀한 많은 음식을 먹어 봤지만 단 한 번도 맛있다"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하고 하며, 동네 허름한 단골 식당에서 먹었던 '김치찌개'가 최고의 맛이었다고 책에 적었다. 아마도 맛도 맛이겠지만 주변의 시선이나 함께 했던 이들과의 업무 연관성 등 일로부터 파생된 불편한 자리였기 때문이리라.


몇 해 전이었던가! tvN이라는 채널에서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방송한 적이 있다.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박동훈이 여자 주인공 이지안에게 “비싼 음식은 맛이 없어” 하는 말을 했던 것이 뇌리에 떠오르기도 한다.

난 그때 우리가 먹는 보통의 음식이 형식만을 고루하게 따지는 음식들보다 '맛은 있나' 라고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이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 주변에서 나는 좋은 재료로 제철에 맛을 보는게 중요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맛있는 것이 된다.


보통 4월 이 맘 때 특히 요즘처럼 비가 오기라도 하면 웬만한 산에는 고사리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심하게 이야기해서 잠시 돌아서 있다보면 자라 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오래전에 어머니와 집 식구 등과 함께 고사리를 채취했던 적이 있다. 그것이 지금까지 경험한 고사리 채취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기도 하다. 충남 면천의 어느 곳이었고 여동생 남편 집안의 선산이었다. 고사리 채취가 처음이어서 나물 구분도 못하고 더구나 간혹 산에서 일행을 놓치기도 했지만 산에서 내려올 때는 커다란 마대자루 하나가 가득 찼다.


소설가 성석제의 「유쾌한 발견」에서 보면 맛있는 고사리나물을 만드는 방법을 요리책 보다 더 재미있게 소개해 주고 있다. 우선 마른 고사리를 충분히 부드러워질 때가 잘 불린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국간장, 마늘, 대파, 후추, 설탕 등으로 조물조물 주물러 잘 섞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고 나서 무치는 모양을 자세히 설명하는데 어디까지나 ‘조물조물’이어야지 ‘주물럭주물럭’ 혹은 ‘쭈물딱쭈물딱 “이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조물조물 무쳐 간이 밴 고사리를 식용유나 들기름을 두른 팬에 약한 불로 뚜껑을 덮고 데치듯 볶은 후 센 불로 살짝 볶아 참기름과 깨를 뿌려 상에 내면 최고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쓰고 있다.

머리가 아프거나 오줌이 시원치 않을 때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항간에서는 절의 스님들이 정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음식으로 만들었다는 설도 있는데 남성성에 영향을 미치려면 실제로 매일 엄청난 양의 고사리를 먹어야만 해 근거가 미약하단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재료이지만 좋은 이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것이 비싼 음식을 대접 받는 것도 물질적으로는 빈약할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훨씬 대접 받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 고사리 중 최고의 품질은 아마도 제주산 고사리지 않을까 싶다. 기온이 많이 올라 덥기는 하지만 지역에 따라 5월까지는 고사리를 채취한다. 제주사람들은 4-5월에 집중해 내리는 안개비를 고사리 장마라고 부를 정도로 고사리와 관련한 많은 표현을 가지고 있다. 또 고사리를 채취하러 가는 것을 보통 고사리를 끊으러 간다고 표현하는 것도 이채롭다.


주변에 흔하게 채취할 수 있는 고사리에 관하여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 성분은 우리 몸에 좋은지 좋다면 그것이 맛에 영향을 미치는 조금 찾아 보았다.


고사리를 언제 적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고사리는 독이 많아 소나 말들도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기에 고사리가 농산물이 풍족한 시기였다면 사람들의 선택지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고사리는 산불이 난 지역에서 가장 먼저 자라가장 쉽게 구할 수 있었고 또 계절적으로도 보릿고개라고 부르는 시기에 많이 자랐기에 우리 밥상에 올랐을 것으로 판단된다. 채취할 수 있는 기간도 짧고 독성이 있는 식재료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고사리는 1-indanone류 화합물의 pterosin A·B·C·D·E·F·G·J·K·L·Z, pteroside A·B·C·D·Z, palmitylpterosin A·B·C, isocrotonyl-pterosin B, benzoylpterosin B, acetylpterosin C뿐 만아니라 발암물질(發癌物質)인 pterolactam이 함유되어 있어 생것으로 먹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단다. 고사리는 일본, 오키나와, 중국, 사할린, 캄차카, 시베리아, 유럽, 남-북아메리카 등 분포지역이 꽤 넓다. 전 세계적이다라고 일컬을만 한데 넓은 분포지역임에도 식재료로 사용하는 민족이 많지는 않다는 것은 먹기 힘든 식재료임을 방증하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 고사 등에서 익숙하게 접한 것이어서 고사리가 위험한 식재료인지를 가끔 잊고 살아간다.

사마천의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를 다룬 고사를 보면 백이와 숙제가 고사리로만 연명하다 목숨을 다했다고 한다. 루쉰이 지은 “새로 쓴 옛날이야기(고사 신편)” 에는 백이(伯夷)와 숙제(叔齊)가 만들어 먹은 고사리 음식이 다양하게 나온다. 대표적으로 고사리탕, 고사리 죽, 고사리 장, 맑게 삶은 고사리, 고사리 싹탕, 풋고사리 말림 등인데 채취도 어렵고 독성도 있는데 조리방법이 이처럼 다양했다니 숨어 사는 이들이 별 걸 다했구나라는 과 이들이 참 호기심도 많았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속담에도 귀신이 고사리를 좋아했다는 이야기가 있는 걸 보면 조리가 어렵기에 무조건 한 표를 얻은 건 아닌지 생각하면서도 맛이 정말 있나 보다하고 생각을 강요 받기도 한다.


비싸지 않았던 음식 오히려 독성이 많았던 음식을 통해 의복이나 각종 생활 편리 도구에 비하여 정성이라고 하는 사람만이 갖는 특성을 잘 반영할 수 있는 것이 음식이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음식을 통해 우리가 서로 정을 나누고 증폭시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