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방송을 보자 하니 부산의 돼지국밥집이 등장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설렁탕과 곰탕에 대한 이야기가 곁들여진 다. 결론은 설렁탕의 경우 역사에 등장했던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적어도 문헌으로는 말이다.
우리 회사가 위치하고 있는 건물 B동에 동남 집이란 이름의 갈비탕집이 있다. 국물 맛도 좋고 큼직하게 살코기가 붙어 있는 갈비 살 맛도 좋아 많은 이들이 점심시간이 되기 전부터 길게 줄을 서고 있는 맛집이다.
준비된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부드럽고 깔끔한 갈비 맛을 느낄 수가 있다. 갈비탕 앞집에는 “000 웨이” 종합 문구점을 하고 있는 동남 집 사장 어머니가 계시다. 어머니는 얼마 전까지 아들인 동남 집 사장을 땅이 꺼져라 걱정을 했다. 동남 집 사장 어머니에 따르면 아들을 대학원까지 보냈는데 장가도 안 가고 음식장사나 하고 있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었다. 그런데 이제 3호 분점을 연단다.
동남 집의 주메뉴는 곰탕과 갈비탕이다. 양지고기로 말게 끓인 국물의 맛이 시원한데 곰탕보다는 고기 맛을 즐길 수 있는 갈비탕이 좀 낫지 않나 싶다. 다른 설렁탕이나 곰탕집들이 보통 대파 썬 것을 따로 그릇에 담아 주는데 동남 집은 주방에서부터 넣어져 온다. 깍두기와 배추김치 모두 약간은 단맛이 돌면서 매콤해 갈비탕 한 그릇을 모두가 먹고 나면 이마 위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동남 집은 국수사리를 서비스로 제공하는데 추가 서비스도 가능해 양도 푸짐하다. 음주 후 국물이 당길 때 면과 함께 먹으면 숙취도 금방 사라진다.
내가 먹은 곰탕은 아마도 명동에 있는 하동관 제일 맛이 좋지 않았나 싶다. 하동관은 휴일도 잘 지키는 편이고 4시가 지나면 문을 닫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하고 가보는 것이 좋다. 하동관의 국물은 여느 보통 곰탕집보다 확연히 깨끗하고 맑다. 곰탕과 잘 어울리는 무김치 맛도 좋다. 더욱 괜찮은 것은 따뜻한 놋그릇에 곰탕이 담겨 나오는데 왠지 모를 품위가 느껴진다. 맛 때문인지 오랜 줄 서기에 지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주문하면서 계산부터 하고 번호표를 받는 전통이 이채롭다. 2층으로 되어 있고 손님이 넘치다 보니 니 자리 내 자리 의미가 없는 곳이다.
하동관만큼 인기 있는 곳이 을지로에 있는 이남장이다. 이남장은 특히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을 단골로 많이 둔 집이다. 오랜 역사만큼 뽀얀 국물이 설렁탕의 맛을 대변한다. 소 혀 등 각종 특수부위가 한가득이어서 입안에 씹는 맛이 최고다. 오래된 탁자와 입식과 옛날식 좌식을 병행시키고 있는 홀, 오랜 경력의 종업원들 그리고 수상이력으로 가득한 벽면을 보는 것도 이남장의 특징 중 하나다.
곰탕과 설렁탕의 차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아직도 말들이 많다. 우선 설렁탕이 선농단에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선농단은 임금이 기우제 등의 제사를 지냈던 조선시대의 제단으로 제사가 끝나면 국을 끓여 참석했던 사람들이 나눠먹었다고 하는데 설렁탕의 기록이 1900년대 이후에나 등장하고 있어 신빙성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이 많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상식으로는 내장이나 고기를 삶은 맑은 국물을 곰탕이라고 하고 설렁탕은 사골이나 도가니를 고기 내장 등과 함께 끓인 뽀얀 국물이 우러난 것을 이른다.
그러나 몽골 기원설에 따르면 곰탕이나 설렁탕이 다 같은 한 뿌리라고 보기도 한다. 몽골어로 소를 물에 삶아 먹는 음식을 “술루”라고 하는데 이것이 고려로 넘어오면서 “설렁”탕이라고 불렸단다. 또한 “술루”의 한자식 표기가 공탕(空湯)이어서 술루는 설렁탕으로 공탕은 곰탕으로 불렸다며 결국은 둘 사이에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경제적 이유로 둘 사이의 경계가 확실했으나, 웬만큼 먹거리가 풍족해진 지금은 설렁탕에도 좋은 고기를 사용하기에 경계가 불명확해지고 있다.
예전 양반가에서는 놋그릇에 곰탕을 끓여 내놓았고 1900년대 이후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한 설렁탕은 서민 음식이다. 그릇도 양반가와 다르게 뚝배기에 담아낸다. 이 방식은 지금도 그러하다.
무엇이 더 좋다고 할 수 있을까?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 할 뿐...
하동관의 달착지근한 맑은 곰탕이냐. 뽀얀 국물의 수육이 가득한 이남장의 설렁탕이냐. 둘 다 한 장소에서 먹는 것은 어떨까 싶기도 하고.... 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