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통영에 가면 시장에 물메기 천지다. 통영 활어시장이나 서호시장엔 물메기탕을 끓여주는 전문식당들도 즐비하다. 외지를 방문하면 나는 의례히 시장을 먼저 들러보곤 하는데 지역 특산물을 볼 수도 있고 시장의 활기참이 좋아서다.
몇 해 전 산청에 가족모임이 있어 모임 하루 전에 미리 통영을 둘러본 적이 있다. 당시 통영 방문은 초행길이었다. 통영 톨게이트를 조금 지나 오니 시내를 한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굉장한 매력이었다.
통영은 산릉 지라서 톨게이트가 능선 위에 설치되어 있다. 해안가 주변의 통영시가지에 접근하려면 능선을 따라 돌아 내려가야 한다. 통영은 연평균 기온이 14도 안팎이다. 북쪽에 위치한 큰 산이 바람을 막아 주어서인지 참 아늑했다. 동해 쪽 대관령을 넘어설 때 보이는 강릉시내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통영은 시장이 있는 중앙동, 여객터미널이 있는 서호동 그 위쪽의 명정동이 핵심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통영 중앙동에는 중앙시장과 활어시장이 있는데 물메기도 그때 처음 봤다. 참 이상하게 생긴 것이 친해지기는 좀 어려운 물고기일 것 같았다.
통영은 조선시대 삼도수군 통제영이 있었던 곳으로 통영의 세병관은 지방 관아 건물 가운데에서는 그 위용이 참 대단했다. “통영”이라는 지명은 삼도수군 통제영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각설하고 차량으로 다섯 시간 이상을 이동하다 보니 다들 힘이 들어했지만 숙소에 여장을 풀기 전에 동피랑에 들러 사진도 찍고 차도 한 잔 마시며 모처럼 서울을 떠난 보람을 만끽했다.
동피랑은 벽화마을로 유명하지만 당시 “빠담빠담”이라는 jtbc 월화드라마가 촬영된 장소이기도 해 무척 관심이 갔다. 거북선 체험장 등 부둣가를 돌아보며 찰랑이는 파도에 쌓였던 마음의 고단함을 실어 보내니 그지없이 마음이 편하다.
동피랑의 벽화를 둘러본 후 인근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우리 가족은 다음 날 이른 시간에 소매물도행 배를 타기 위해 여객터미널 인근에 있는 숙소에 짐을 풀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이다. 일정이 섬에 다녀온 후 다시 산청을 가야 하는 것이어서 좀 서둘러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집을 찾았다. 그래도 항구 주변이니 뱃사람들을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식당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숙소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침식사됩니다”라고 쓰인 식당을 발견했다. 그 식당 이름이 “오뚜기 식당”이다. 숙소에서 두 블록쯤 위쪽 골목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마냥 동네 분들이 자주와 드시거나 뱃일 나가시는 분들이 드실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보통의 식당이었다.
주 메뉴가 “물메기탕”이어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보통 시장 안의 식당들이 이동식 버너에 한 냄비 올려 끓여 주는 것과는 다르게 큰 들통에 끓인 물메기탕을 양은 국 접시 같은 것으로 한 그릇씩 담아주는데 꼭 기사식당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양은그릇에 담긴 맑은 국물과 뽀얀 살결의 물메기탕이 입안에서 차악 감겨들면 이런 것이 정말 해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첫 느낌 산뜻했다. 보통 탕은 고춧가루 등을 넣어 아침부터 술 한잔을 더 부르는 것이 예사인데, 물메기탕은 달랐다. 약간 단맛이 도는 듯하기도 하면서 부드럽게 목안으로 넘겨진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우리 집 아이도 한 그릇을 모두 해치우고 아이 엄마의 국그릇을 넘 볼 지경이다. 큰 가시만 건져내면 모두가 살이요 살은 씹히지도 안고 목젖을 타고 무진동 차량같이 지나쳐갔다. 아이 입맛에도 그만인가 보다.
물메기는 곰치과 물고기로 몸길이가 60센티미터 정도까지 자란다. 비늘이 거의 없으며 성장 속도가 빨라 육질이 젤리처럼 말랑말랑하다. 먹이는 주로 새우나 작은 어류 등을 먹는데 겨울철에 몸집이 큰 놈이 많이 잡히기도 하고 알도 배기 때문에 맛이 좋다.
요리는 어려운 편이 아니어서 냄비에 무를 잘라 넣고 물과 함께 끓인 다음 껍질을 벗긴 물메기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어주고 다진 마늘과 소금으로 간을 해주면 요리는 거의 완성된 셈이다. 한소끔 끓고 나면 대파와 쑥갓 혹은 미나리 등을 넣어주면 맛있는 물메기 맑은탕 맛을 볼 수 있게 된다.
2년 전쯤이었나 통영을 방문할 기회가 다시 생겼는데 그때 들렀던 식당 중의 하나가 분소 식당이란 곳이었다. 방문 시점이 3월이기도 하고 봄철이면 대표 메뉴로 등장하는 도다리쑥국 맛을 보기 위해서였다.
“알뜰 신잡”이란 tv 프로그램이 있다. 출연자 중 한 분인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선생이 도다리쑥국을 맛보려고 그곳을 방문한 장면이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 나왔는데 우리 집 딸아이가 보고 “아빠! 저 자리 우리가 밥 먹었던 자리야” 하고 흥분하면서 말했던 기억이 난다. 분소 식당이 도다리쑥국으로 유명짜 했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에도 주인아저씨가 가게 앞에서 한창 도다리를 손질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