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 핵심에는 내 감정이 있다.
· 영업 성공률을 수십 배 올리는 한국 의료시스템의 치밀한 전략 베끼기.
지난 20여년간 4개의 대륙(싱가폴, 남아공, 미국,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경험해본 나로썬, 최근 말 많고 탈 많은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어도, 운영 특히 영업 측면에서 세계 최고라고 단언 할 수 있을 것 같다. 몇일 전 와이프의 출산 도와주면서 다시 정리해본 창업자들에게도 도움될 수 있는 생각들을 공유해본다.
1️⃣ 완벽하게 촘촘하고 철저하게 구분되어 있다.
2024년에 준공한 종합병원 답게 EMR 시스템이 매우 긴밀하게 작동하는데 여기엔 총 3가지 UX가 수반된다.
첫째, 구간마다의 키오스크. 의사의 진료를 받고 결제하기 까지 총 3개의 키오스크(접수, 진료/검진, 결제)를 통하며, 개인정보확인과 접수대기 등 시간이 걸리는 작업들을 자동화로 몇 초내로 끝난다. 반대의 경우, 매번 전달해야 하는 정보들을 수기로 사람에게 등록하다보니 방문 때마다, 첫 단계부터 피로감과 비효율성을 느낀다.
둘째, 정보의 실시간성. 각 구간마다(A. 접수안내, B. 기본검사, C. 의사검진, D. 예약, E. 결제) 전담하는 인력이 있는데 놀라울 정도로 이들간의 정보의 실시간성이 유지된다. 예를 들어, B. 기본검사를 통해 받아온 혈압, 당뇨/단백뇨, 체중 및 태동의 검사 결과값들은 C. 의사검진 구간에 그 즉시 전달되어, 진료의 방향을 의사가 실시간 진료하고 영업하는 식이다. 타 국가에서는 이러한 기록들이 수기로 전달되며, 손실/분실되기도 하고, 기본검사와 의사검진은 평균적으로 같은 날 진행되지 않는다. 오랜 대기 시간 동안, 환자는 더 나은 대안들을 알아보게 되고, 치료 결정을 미루게 된다.
셋째, 동선. 문제를 해결하려 접수받는 창구(Inquiries)와 치료방향을 영업하는 의사실(Sales), 다음 예약을 확답받는 예약창구(Booking), 결제시키는 수납창구(Payment)가 완벽하게 구분되어 있어 고객의 구매결정의 Friction을 최소화한다. 예를 들어 접수받는 창구 직원은 환자의 중요도/응급도를 일차적으로 간별하는데 특화되어 있고, 차트를 전달받은 의사는 자신의 전문성과 필요한 수술들을 차분하고 단호하게 설득시킨다. 이를 이어받은 예약창구 직원은 환자의 치료 계획과 일정을 다시 한번 확인, 조율하고 다음번 예약일정을 확정시켜 결제로 이동시킨다. 다른 경우, 접수와 예약, 결제가 모두 한곳에서 일어나 의사에 대한 병원의 영업의존성과 프로세스의 비효율성이 자주 체감된다.
이런 영업/운영 프로세스의 최적화에 가장 큰 장점은 실수가 없다는 점이다.
2️⃣ 의사결정 핵심에는 내 감정이 있다.
출산을 치루고 나서 감격에 찬 남편이 홀로 와이프를 두고 수술실 퇴소를 정리하는 안내데스크. 와이프와 상의 한번 해볼수 없는 상태에서, 출산한 와이프를 위한 상품/서비스 등의 선택 옵션들이 내 앞에 대거 제시된다.
- 산모가 2박3일간 머물 병동을 고르는 옵션(VIP, 특실, 1인실, 2인실 등)
- 영양제 링거 옵션
- 바를 수 있는 각종 크림
- 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유전병/DNA 검사들과 제대혈 보관 등의 추가 옵션들 등.
옵션들의 가격차이는 최대 7-8배 차이가 났는데, 왠만하면 간호사가 제안한 옵션들을, 가급적 좋은 옵션들을 선택하게 된다.
이 과정이 너무나 치밀하고 심지어 위협적이지도 않았던 이유는
첫째, 이 당시 나는, '내가 이제 아빠구나' 하며 온갖 감격스런 감정을 느끼던 차였기 때문이다. 되짚어 보니, 홀로 앉아 황홀해 하는 이 시점이 나에게만 적용되지 않았을터, 모든 아빠들에게 똑같은 타이밍에 제안했으리라 짐작된다.
병원은 나에게 소중한 딸을 건강하게 선물해준 곳, 이곳에서 황홀한 경험을 하고나니 결정고민이랄게 없어진다. 급하면 사는게 아니라 황홀하면 산다. 깨달았다.
3️⃣ 선택이 아니다. 유일한 대안이다.
두번째 이유는 유대감 때문이었다. 의외로 상품들을 제안주신 분은 안내데스크 직원들이 아니라, 와이프의 출산을 처음부터 담당하던 출산보조사, 그러니까 4-5시간 가량 나와 호흡을 맞춰 번갈아가며 힘주기를 돕던 분이더랬다. 구매를 결정해야 하는 나로써는 와이프의 현 상태를 가장 잘 아는 분이 추천을 하는거다 보니, 내 결정을 도와주시고 계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따라서 여러 선택지가 있었지만, 그분의 의견을 유일한 대안으로 받아드려 선택하게 되며 지금까지도 너무 잘한 결정이라고 인지하게 된다. 비슷한 유대감이 담당의사와 오랜기간 검진받는 과정에서도, 의사의 말이 곧 진리가 되는 효과를 일으킨다.
4️⃣ 스타트업에 적용
이런 치밀한 운영과 영업 전략을 스타트업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A/ 완벽한 프로세스 설계
고객이 첫 접점에서부터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거치는 단계를 세밀하게 정의하고, 각 단계에서 필요한 정보 전달을 자동화한다.
B/ 실시간 정보 공유 & 빠른 피드백
병원의 진료 과정처럼, 영업프로세스내 고객의 접수 현황과 단계를 실시간 트랙킹하고, 담당 팀원간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C/ 결정의 순간, 감정을 활용하라.
병원은 고객(남편)이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에 결정을 유도했다. 스타트업도 고객이 가장 만족하거나 감정이 고조된 순간을 포착해 결제 또는 업셀링을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무료 체험을 마친 직후 긍정적인 피드백을 남겼다면, 이때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유료 플랜으로 전환을 유도할 수 있겠다.
D/ 고객과 유대감을 형성하라.
창업자가 직접 고객과 소통하며 피드백을 반영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기존 고객(슈퍼팬)을 활용한 레퍼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E/ 선택지를 줄이고, "유일한 대안"으로 포지셔닝하라.
병원의 전략처럼, 고객이 여러 대안을 비교하지 않고 한 가지 선택만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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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앞으로 2주간 머물 아인병원 산후조리원.
· 실리콘벨리를 품는 창업가들을 위한 영어 뉴스레터 - https://lnkd.in/gK67Fw_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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