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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올 Mar 17. 2021

[칼럼]가변석

: 취소 상태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 좌석

뮤지컬 ‘팬텀’(EMK뮤지컬컴퍼니)이 첫 번째 티켓 오픈 후 12일 만에 취소 공지를 올렸다. 지난 26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3월 14일까지 연장된다는 정부의 발표에 따른 취소였지만, 이는 티켓 오픈 전 발표된 좌석배치도에서 이미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가변석’(단계 격상 시 강제 취소되는 좌석)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좌석이 등장한 것은 2월 15일에 발표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EMK뮤지컬컴퍼니) 6차 티켓 오픈 공지였다. 단계 격상 시 추가 판매를 하는 대신 선판매 후 일괄 취소를 하는 것으로 격상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제작사들도 발 빠르게 이 새로운 개념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변석 판매 발표 이틀 후, EMK뮤지컬컴퍼니는 가변석을 포함한 전석 판매 공지를 올렸다. “코로나 단계 격상 시 ‘다른 일행 간 한 칸 띄우기’ 방역 지침을 따르기 위해 가변석을 포함한 예매 건은 강제 취소되니, 강제 취소 없이 본인의 예매내역을 공연관람까지 유지하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가변석을 제외한 좌석번호 선택을 권장”한다는 상세한 안내와 함께였다.

<뮤지컬 '팬텀' 가변석 강제 취소 공지>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가변석(또는 유동석) 방침에 대해 잦은 티켓팅으로 인한 예매자들의 피로도를 낮추고, 우선 예매한 관객들의 좌석을 보장해주며, 정부의 방역 방침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함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허울 좋은 핑계로 보인다. 먼저, 방역 방침에 따라 얼마든지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면, 우선 예매한 일부 예매자들의 좌석은 보장되지 않는다. 두 번째로, 티켓팅을 할 때 자신이 클릭하는 좌석이 취소될 자리인지 아닌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하거나 좌석번호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티켓팅이 초를 다투는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피로도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앞서 말한 대로 예매자를 위한 가변석의 장점이 없다면, 남은 것은 제작사를 위한 점뿐이다. 가변석 도입으로 인해 제작사들은 각 예매처에 잦은 티켓 오픈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티켓 오픈 때마다 예매처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동시에 정부 방역 방침이 발표되기 전까지 매출이 발생한다. 방침 변화에 따라 환불 가능성이 있지만, 일시적이나마 결코 적지 않은 자본이 한 곳에 묶여 있다. 만약 방역 단계가 격상하여 취소하게 되더라도 제작사 측에서는 환불 이외에 재예매 등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결국 모든 것은 관객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변석 판매로 발생하는 추가 매출을 두고 자금 순환을 위한 선급금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의혹이다.

<좌: 뮤지컬 '시카고' 좌석 운영 방식 / 우: 뮤지컬 '팬텀' 좌석 운영 방식>


물론 이와 반대로 관객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는 경우도 있다.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연극열전)은 ‘한 칸 띄어 앉기’로 판매한 뒤 향후 정부 방침에 따라 순차적으로 추가 판매를 하고 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뮤지컬 ‘고스트’(신시컴퍼니)와 다음 달 개막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신시컴퍼니)도 ‘동반자 외 한 칸 띄어 앉기’로 우선 판매 후, 정부의 방침에 따라 추가 오픈을 진행했다. 추가 오픈석 또한 방역 방침에 따라 언제든지 취소될 수 있다는 면에서는 가변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규 오픈에 함께 판매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을 비춰보았을 때, 관객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방역 방침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몬테크리스토’의 공지 이후 숨가쁘게 가변석을 도입했던 뮤지컬 ‘아이위시’(아이엠컬처)는 동시 판매 공지 후 몇 시간 만에 별도 판매로 변경하는 해프닝을 벌였고, 충무아트센터로 옮겨 연장 공연을 진행하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오디컴퍼니) 또한 가변석에 대해서는 별도 판매를 진행했다. 하지만 ‘몬테크리스토’가 가변석의 첫 스타트를 끊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사이에 많은 제작사들이 이 새로운 개념을 빠르게 흡수했고, 약 한 달이 지난 지금은 당연한 듯이 적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작사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어쩔 수 없는 변화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간과한 점이 있다면, 환경 속에 존재하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바람은 역풍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막 1~2개월 전에 미리 티켓 판매를 진행하는 공연계 특성상 관객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이미 충분하다. 공연계에 대한 응원과 지지를 부탁하기 전에 제작사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과연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변석 동시 판매

- 취소되지 않는 좌석과 같은 시간에 판매. 좌석 구분은 색상으로 한다


*가변석 별도 판매

- 방역 지침을 준수한 띄어 앉기 좌석 판매 후 다른 시간에 별도로 티켓을 오픈


*추가 오픈석

- 한 칸 띄어 앉기 또는 동반자 외 한 칸 띄어 앉기로 판매한 후 정부의 방역 방침 발표에 따라 해당하는 기간(2주)의 미오픈 좌석 중 지침을 준수하여 판매가 결정된 일부 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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