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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힘찬 Jan 08. 2018

제주만의 한달살이
성산 삼달리의 '삼달삼달'

작가의 제주살이

(*이 글에 사용된 사진은 여러 가지 측면을 보여주기 위해, DSLR의 '일반렌즈'와 '어안렌즈' 그리고 핸드폰 카메라를 모두 사용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서울이지만, 서울에 올라오기 전 제주 생활 7개월을 마치는 끝자락에는 삼달리에 머물렀다. 창문을 열면 바로 야자수 사이로 바닷가가 보이는, 너무 한적해서 밤에는 캄캄하지만 그만큼 제주의 매력을 더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는 곳. 저 앞에는 때때로 물질하는 해녀들의 주황빛 태왁이 둥둥 떠있는 곳.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삼달리.

나는 그곳, 바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삼달삼달'이라는 공간에서 지냈다.

# 삼달리로 가게 된 이유


제주에 여행하며 머문지는 6개월째였다. 제주의 동서남북을 쉴 새 없이 돌아다녔지만, 계속 제주시를 기점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한 번쯤은 더 조용한 서귀포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왕이면 교통도, 건물도, 잠잠한 동네로 말이다. 제주가 여행지라고 해도, '제주시'에 한참 머물다 보면 사실 육지(서울 등)의 도시와 다를 게 없음을 느낀다. 복잡한 교통이며, 빽빽한 건물들. 바닷가로 나가도 함덕이며 월정리 쪽을 보면, 그 오래전 제주의 모습은 어디에 갔나 안타깝고 답답할 뿐이었다.

마침 서울에 오기 한 달 전부터, 그동안 지내던 곳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 생겨서 급하게 괜찮은 숙소들에 대해 수소문했다. 그러다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된 곳이 삼달리에 있는 '삼달삼달'이다. 마침 성산과 표선, 그리고 서귀포를 전체적으로 더 깊이 있게 돌아다니고 싶었던 터라, 다른 숙소를 더 찾아보지 않고 바로 그곳으로 결정했다. 

제주 한달살이 '삼달삼달'의 위치

삼달삼달은 제주 한달살이로만 운영되는 공간이었다. 굳이 '공간'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숙박업소라기 보다는 누군가의 커다란 집에 머무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쉬고 싶어 외딴 시골 마을에 잠시 이사 온 기분이랄까. 그곳에서 마주하는 풍경들이 그랬다.

전기차를 타고 도착한 삼달리의 '삼달삼달' - 사진 : 이힘찬

그림작가 너굴양(정희정 작가)과 함께 글/그림 작업을 하며 여행 중이었기에, 삼달리에도 함께 넘어갔다. 제주에 있는 내내 전기차를 이용중이었는데, 다행히 삼달리 주변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많다는 것을 미리 확인했다. 지도로 보면 제주시에서 삼달리는 꽤 멀게 느껴지지만, 번영로를 타고 달리다 보니 생각보다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 삼달삼달의 기본 구조
- 원룸 / 1.5룸 / 복층

예술가의 별장 같은 첫인상을 준 삼달삼달. 그곳에는 원룸 형태와 1.5룸 형태의 방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나는 1.5룸을 택했고, 정작가는 원룸을 택했다. 지내고 나서 생각해보니 몸집이 큰 내가 원룸을 택하는 게 더 좋았겠다 싶다. (공간에 대한 부분은 아래에)

원룸, 1.5룸, 복층형 룸으로 구분되어 있는 '삼달삼달' - 사진 : 이힘찬

삼달삼달은 2층짜리 건물로, 1층에는 1.5룸이 있고 2층에는 원룸들이 이어져있다.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왼쪽 튀어나온 부분에는 복층형 룸이 있다. 원룸은 왼편의 정문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가면 오른쪽 복도에 위치하고 있다. 계단을 올라가기 전 좌측에는 세탁실이 있고, 세탁기가 4개 정도 있어서 언제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나는 아래층 가장 우측에 위치한 방이었다. 침대 바로 옆에 창문이 있는데,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되지 않았지만 창문을 열면 바로 야자수가 보이고, 그 야자수 사이로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바다가 보였다. 제주 한 달 살 이를 택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대부분 '쉼'일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넓고 푸른 하늘과 바다, 시원한 바람, 맑은 햇살. 내게도 자주 필요한 풍경이었고, 그 사이로 보이는 것이 제법 맑고 시원한 풍경이었다.

1.5룸 침실의 창문. 아침에는 햇살이 잘 들어온다. 처음에는 왜 1.5룸인가 싶었는데, 원룸과 달리 침실이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아늑하고, 구분된 느낌의 침실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1.5룸이, 그냥 구분 없이 편하게 생활하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원룸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삼달삼달 1.5룸의 거실 풍경 - 사진 : 이힘찬

1.5룸의 문을 열면 바로 거실이 있고, 싱크대와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기본 식기류와 작은 탁자가 있고, 화장실과 침실로 가는 문이 따로 있다. 원룸과 달리 거울과 세면대가 화장실 앞에 따로 위치하고 있다. 직업 특성상 손을 자주 씻는 나에게는 개별 세면대가 더 편리했다.

*사진은 사장님께 부탁드려 내 개인 짐을 빼고 방을 비워놓은 상태에서 촬영했다.

'내가 원룸을 쓸걸' 생각한 이유는 화장실 크기였다. 쓰는데 전혀 불편함은 없었지만 화장실 규모는 1.5룸 보다 원룸이 두 배 정도 컸다. 원룸의 화장실이 더 쾌적한 느낌이랄까? 물론 온수도 잘 나오는 편이고, 수압도 적당해서 지내는 동안 늘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1.5룸의 침실이라고 해서 침실이 좁은 것은 아니었다. 침대를 기준으로 주변을 왔다갔다 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 크기였다. 우측 끝에 침대가 있고 좌측 벽에는 커다란 TV가 있었다. 늘 선을 갖고 다니는 나는 노트북과 연결(HDMI)하여 쉴 때마다 영화나 미드를 보기도 했다. 침대에 앉거나 엎어져서 보기도 하고, 거실에 의자를 가져와서 편하게 앉아 보기도 했다.

노트북으로 하는 작업들은 대부분 거실의 식탁에 펼쳐놓고 했었지만, 피곤한 날 밤에 잠시 해야 하는 작업은 침대 옆에 있는 낮은 탁자에서 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작업을 하다 졸음이 쏟아질 때 바로 침대에 눕기에 좋았다.

방 안에 옷걸이가 달린 철제 수납함이 하나 있어서 그곳에 속옷과 양말, 얇은 옷을 넣어둘 수 있었다. 사실 나는 6개월치 짐을 들고 다니던 터라 수납공간이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방 한쪽에 캐리어를 눕혀두고 부피가 큰 옷들은 따로 보관하기도 했다. 

삼달삼달 1.5룸의 침대와 철제 수납함 - 사진 : 이힘찬

나나 정작가가 이 공간에 머문 것은 2주 정도이기에 한 달 살 이가 아닌 보름살이였다. 사실 잠깐 머물고 다른 곳에도 가볼까 싶었지만, 2주라는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느껴질 정도로 공간이 친숙했고 그만큼 떠나기가 아쉬웠다.

삼달삼달 사장님의 친숙함도 한몫했던 것 같다. 숙소의 사장이라기보다는, 옆집 이웃 혹은 친척의 느낌처럼 편하게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게 대해주셔서 나도 정작가도 삼달리에 이웃이 한 명 더 생겼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용해보진 못했지만 다음에 다시 갈 때에는 건물 좌측에 있는 복층형 룸에도 한 번 머물러보고 싶다. 

삼달삼달의 앞쪽 풍경 / 주차장 - 사진 : 이힘찬

# 삼달삼달의 주변 풍경
- 푸른 하늘 / 넓은 바다 / 올레길 / 귤밭

날이 좋은 날에는 굳이 어디론가 떠나지 않아도 충분했다. 뻥 뚫린 하늘이며 넓게 뻗은 바다가 너무도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장님의 허락을 맡고 옥상에서도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곳에서 보니 내가 얼마나 다른 환경 다른 풍경 속에 들어와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파란빛 초록빛 풍경이 너무도 만족스러웠다.

삼달삼달의 옥상에서 바라 본 뒷쪽 풍경 - 사진 : 이힘찬

삼달삼달에 가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바로 앞이 올레길이라는 것. 아침 일찍 일어난 김에 좀 걸을까 싶어 앞에 나왔다가 올레길의 상징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는 그 길로 한참을 걸었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만을 보며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쉼이다. 제주살이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매일 아침'마다 가볍게 산책하기로 자신과의 약속을 해보는 것도 좋다.

사실 처음에는 저녁때에도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이쪽 주변에는 밤이 되면 거의 빛이 없어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온다. 꼭 나가야 할 일이 있다면 최소한 핸드폰 라이트라도 활용해야 한다.

삼달삼달 앞 올레길 - 사진 : 이힘찬
삼달삼달 앞 돌담 - 사진 : 이힘찬

숙소 바로 앞 바닷가로 들어가는 부분에 작은 건물이 있는데, 그곳은 삼달리 해녀삼춘들의 불턱이었다. 바닷가에 둥둥 떠있는 태왁들을 본 다음 날에서야 알았지만, 제주에서 알게 된 귀한 인연 중에 젊은 해녀 분이 있었는데, 그분이 바로 삼달리의 해녀였다. 나중에 소라 잡던 날 초대를 해주셔서, 허락 하에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삼달리 해녀삼춘들의 불턱 - 사진 : 이힘찬

*허락 하에 촬영한 소중한 사진입니다. 함부로 촬영하여 해녀 분들이 불편해하는 일은 없도록 해주세요.


삼달삼달에서 조금 위로 올라오면 편의점(GS25)이 하나 있고, 더 위로 올라가면 쭉 뻗은 길이 있는데 그쪽에는 귤 과수원이 많이 있었다. 그쪽에 있는 지인의 과수원에서 하루 일을 하며 귤 냄새에 푹 젖기도 했다. 물론, 땀에도 푹 젖었다.


# 삼달리에서의 생활
- 전기차 / 편의시설 / 하나로마트 / 다이소 등

먼저, 제주시내가 아닌 서귀포에서, 그것도 한적한 곳에서 제주살이를 한다면 당연히 '차'가 필수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차를 가져가는 게 아니라면, '전기차'를 빌리는 것이 좋다. 기름값이 들지 않아 유지비가 없는 데다가, 삼달리 주변에 유난히 '전기차 충전소'가 많이 위치하고 있다. 다른 곳에 비해 공간이 넓어 쾌적하고, 편의 시설과 연결된 곳들이라 더 유용하다.

한 달 살 이를 하게 되면 먼저 알아봐야 할 곳들이 있는데, 대형마트와 카페 등의 편의시설들이다. 다행히 삼달리는 '표선면'에서 가까워 차로 조금만 이동하면 표선 시내에 들어갈 수 있다. 꼭 필요한 곳들을 먼저 나열하자면 표선 하나로마트, 표선 다이소, 표선 약국 등이다. 모두 삼달삼달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위치하고 있다.

'삼달삼달' 에서 '표선 하나로마트'

표선에 들어서면, 하나로마트 주변에 다이소, 병원, 약국, 식당, 카페 등 모든 편의시설이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표선해수욕장 바로 앞에는, 동시에 5대 충전이 가능한 대형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와, 공간도 넓고 분위기가 좋은 카페들이 많이 위치하고 있다.


표선 해수욕장 앞에 위치한 카페


- 커피가게 쉬고가게

대형 주차장과 붙어있는 '게스트하우스'와 함께 운영하는 원형 카페


- 까떼커피

표선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넓은 2층 카페


- 돌토고리 카페

커피를 마시며 편안히 족욕을 할 수 있는 카페



뿐만 아니라 삼달리에서는 '섭지코지', '광치기해변', '성산일출봉'이 매우 가깝다. 삼달삼달에서 차로 15분 거리. 조금만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아침에 광치기해변에서 일출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 삼달삼달 주변의 식당

제주에 있을 때면 항상 많은 곳을 여행하지만,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라 식당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은 편이다. 그래도 삼달삼달의 사장님과 삼달리 쪽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식당 및 정작가와 방문한 식당 중에서 괜찮았던 곳이 몇 개 있다.

표선칼국수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민속해안로 578-3

삼달삼달에서 차로 10분거리. 보말 칼국수, 보말 죽 맛집 - 보말칼국수 / 영양보말죽 / 보말전 / 돈가스 / 고로케

산도롱맨도롱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주동로 5105

삼달삼달에서 차로 5분거리. 국물 맛이 좋은 작은 식당 - 고기국수 / 비빔국수 / 고기국밥 / 맨도롱 몬딱국밥

고래라면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로 104

삼달삼달에서 차로 5분거리. 고양이 가족이 살고 있는 해물라면집 - 해물라면 / 문어라면 / 성게국수

오름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중산간동로 4255
삼달삼달에서 차로 7분거리. 흑돼지 고기와 샐러드바 - 흑돼지&샐러드바 / 오름채코스요리&샐러드바(말고기)



삼달리 삼달삼달의 풍경 - 사진 : 이힘찬
삼달리 삼달삼달의 풍경 - 사진 : 이힘찬

삼달리에 머무는 동안에는 생활비를 최소화했던 것 같다. 밥도 식당보다는, 마트에서 재료를 사다가 숙소에서 만들어 먹는 날이 더 많았다. 이런 공간의 특징은, 지내는 동안 내 집인 것처럼 내 패턴을 새롭게 만들어서 생활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에서 렌트를 오래 하다 보니, 마지막 한 달 동안에는 업체에서 아예 새로 가져온 신형 전기차를 내주었다. 받았을 때 총주행거리가 6km... 빌린 차임에도 불구하고 깨끗하다 보니 먼지가 묻는 것이 신경 쓰였는데, 다행히 삼달삼달 우측에 새차가 가능한 공간이 있어 2~3일의 한 번씩 차를 닦으며 기분을 내기도 했다.

방에서 밥을 해 먹고, 아침마다 주변을 산책하고, 멍하니 바닷가를 바라보기도 하고, 내 집처럼 앞에서 새차를 하기도 하는 패턴들을 돌아보면, 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삼달삼달이 마치 내 공간인 것처럼 편하게 물들었던 것 같다.

제주가 그리운 탓인지, 삼달리에서 지냈던 것이 몇 달 전의 이야기 같은데, 돌아온 지 이제 겨우 2주가 지났다. 돌아오기 전 마지막에 머물던 곳이라 더 애틋한 공간인 것 같다. 서울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제주에 가면, 일단 다시 삼달리에 가야겠다. 삼달삼달 주변의 풍경들도, 그 주변의 사람들도, 어서 빨리 마주하지 않으면 너무도 그리워서 견디지 못할 것만 같다.


제주 여행 중 마지막에 머물렀던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의

'삼달삼달'에 대하여


by 감성작가 이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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