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잠을 잊고서야 얻은 것

사진을 읽고, 시를 그린다 #2

by 이힘찬

12시쯤 자리에 누웠는데, 생각보다 눈이 맑았다. 왼쪽으로 누웠다가, 오른쪽으로 누웠다가, 그렇게 뒤척이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흘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모두가 잠든 새벽. 또다시 주어질 하루를 위해 나도 잠을 청해야만 했다. 즐거운 상상도 해보고, 따뜻한 일들도 떠올려 봤지만 좀처럼 꿈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1시 40분쯤이 되어서야 잠을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은 분명 피곤한데, 정신은 잘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작은 조명을 하나 켜고, 컴퓨터를 켰더니 순식간에 고요함이 쫓겨났다.


무얼 할까 생각하다가, 메모장을 열었다. 대화할 이 하나 없는 이 새벽 시간에 할 수 있는 게 을 쓰는 것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조명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소리, 컴퓨터 본체 속에서 울리는 쿨러 소리, 그리고 내 열 손가락이 키보드를 누르는 둔탁한 소리가 더해졌다. 어느새 방 안은 빛과 소리로 가득했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나는 시간을 잊어버렸다. 잠 또한 잊어버렸다. 그리고 잃어버렸던 삶의 조각 하나를 되찾았다. 이전의 나는 항상 이 시간까지 깨어 있었다. 이 시간, 이 순간에. 항상 내 하루를 정리하며 내일의 나를 떠올리고,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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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읽고, 시를 그린다.

- 에세이 작가 이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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