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읽고, 시를 그린다 #4
오랜만에 커피 잔을 깨끗이 비웠다. 그렇게 커피를 좋아하면서, 하루에 몇 잔씩 마셨으면서도 근래에는 커피 한 잔을 다 마시지 못하고 남기는 일이 많았다. 그만큼 커피가 필요치 않았거나, 커피에 할애할 정신이 없었다는 얘기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는 시원해서 마셨고, 또 따뜻해서 마셨다. 언제부턴가는 향이 좋아서, 그 맴도는 맛이 좋아서 마셨다. 리필을 할 수 있는 곳에서는 꼭 한 번씩 리필을 했고, 없는 곳에서는 한 잔을 더 주문해서 마셨다. 그만큼 오랫동안 머물렀다는 것이고, 그만큼 커피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카페에서 한 것이라고는 내가 찍은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글을 쓰는 일. 내가 쓴 글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림을 그리는 일. 그러다 보면 하루가 금세 흘러갔고, 그 사이의 끼니는 커피뿐이었다. 커피와 나는 쉽게 떨어질 수 없는, 그런 관계였다. 그런데 오랜만에 커피 잔을 비웠다는 것은, 그동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떠한 순간을 즐기는지, 놓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일은 또 어떨까... 내일도 나에게,
커피 한 잔을 비울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다.
사진을 읽고, 시를 그린다.
- 에세이 작가 이힘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