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작가 이힘찬
오래전 어느 어린 날.
혼자서 원효대교 중앙까지
느린 걸음으로 찾아갔다.
딱 한 번 별것도 아닌 이유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생각을 잠깐이라도 가진
스스로가 한심하고 답답하고
우스웠다.
내게 그럴 용기나 있을까?
확인하고 싶었고,
스스로에게 겁을 주고 싶었다.
유난히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이었다.
혹시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무섭게 지나쳐 가는 자동차 속의
시선들이 걱정스러웠다.
난간에 바짝 기대어 서서
대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파랗다-기 보다는 새까만 느낌.
일정한 물결을 일으키며 흘러가는 모습이
마치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왜, 이곳에 왔느냐고.
물론 나는 답할 수 없었다.
천천히 걸어왔듯이
천천히 둘러보았다.
모두가 제 자리에 있었다.
태양도 하늘도, 구름도 나무도.
사람도 길도, 차도 자전거도.
높고 낮은 건물, 떠 있는 배
그리고 강이며 바람 그 모든 것이
자신이 있어야 할 그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단지 나만 그 이유가 없었다.
그저 나만 그곳에 서 있을 필요가 없었다.
결국 나만, 제 자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몸을 돌렸다.
그 어린 날의 호기심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곳에 가지 않았다.
갈 수 없었다.
내가 있는 곳에서 내딛는
한 걸음의 무게보다,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그 한 걸음이 더 무거웠다.
스스로에게 겁을 주려던 그 일은,
어떤 말보다도 강한 발판으로
지금의 나를 받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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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사진에세이
오늘 하루, 낯설게 1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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